그는 보이지 않는 두려움 때문에 지쳐갔다.
그는 숭고함도 지상에서의 어떠한 위로도 찾지 못했다.
지상의 고독 가운데에서 두려움과 애수에 지친 악마처럼 죽은 자의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그의 감정은 무뎌졌고 그의 인식은 타락과 파멸의 수단이 되었다. 그가 인식하기 이전에 그에게 도달하는 모든 것은 비열하고 더러운 것으로 바뀌었다. 그는 사물 가운데에 있는 혼돈을 보았고 그사실에 기뻤다. 그는 깨끗하고 곧은 기둥 옆을 지나갈 때면 그 것을 구부리고 더럽히고 싶어졌다. 사람들이 그 기둥을 뭔가로 더럽힌것을 발견할 때면 기뻐서 웃음이 나왔다.
그는 깨끗하게 씻은 중학생들을 증오했고 그들을 괴롭히고 싶어했다. 그는 그들을 ‘사랑스러운 목욕통‘이라 불렀다. 그는 더러운 것을 더 잘 이해했다. 좋아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물건도 없었다. 그래서 감정에 한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그의 천성은 그를 괴롭혔다. 사람들과의 만남 또한 그랬다. 그에게 행복하다는 것은 세상과 단절된 채 아무것도 하지않고 내면에 만족을 주는 것을 의미했다. - P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