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현장에서 찍힌 사진을 보며 우리는 전쟁의 참혹함을 얼마만큼 가늠할 수 있을까. 분쟁지역에서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우리가 느끼는 연민은 일시적인 것일까. <타인의 고통>은 2003년 세상을 떠난 작가이자 예술평론가인 수전 손택의 유작으로, 사진을 통해 본 전쟁에 관한 에세이다. 저자는 전쟁을 겪지 않고 단지 사진의 이미지만으로 전쟁을 알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일까 질문한다.


크림전쟁, 세포이 항쟁, 스페인 내전 등 전장에서 찍힌 사진은 전쟁의 모습을 진실하게 전달했을까. 초창기 전쟁 사진 중에는 사진이 재구성과 재연출을 거친 경우가 많았다. 즉 사진 기자가 전쟁터를 재해석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구도를 잡는다는 것이며, 구도를 잡는다는 것은 뭔가를 배제한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크림전쟁 중 파견된 사진기자에게 전쟁을 긍정적인 인상으로 남게 찍으라고 지시한다. 그래서 사진기자는 전사자, 불구자, 환자를 찍는 대신, 옥외에서 잡담을 즐기는 장교들이나, 대포를 손질하고 여가 시간을 즐기는 군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실제 전쟁은 카메라가 잡히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한편, 전쟁의 참혹함과 충격을 전달하기 위해 사진기자들은 시신을 옮겨 재배열을 하고, 이오 섬에 정복을 자랑하기 위해 실제보다 좀 더 큰 국기를 게양하는 일을 재현하기도 했다. 전쟁에서 찍힌 사진은 사진기자의 의견, 편견, 환상이 담겨 있다.


전쟁이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전쟁에 관해 무관심하다. 영상으로 촬영된 전쟁의 참상은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해진다. 손택은 우리가 전투와 대량 학살을 끊임없이 티비 화면으로 접하게 되면 전쟁은 오락거리로 치부된다고 말한다. 전쟁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타인 역시 볼거리로 소비되고 만다. 전쟁터의 희생자들에게 연민을 느끼는데 한계가 있다. 저자는 우리가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한 우리는 그 고통에 연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보여주는 연민은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고통을 받는 이들이 우리와 같은 지도상에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전쟁 속에서 아픔을 겪는 사람들의 고통은 우리와 연결되어 있다. 한 장의 사진으로 전쟁의 참상과 희생의 이유를 다 알수는 없다. 하지만 사진에 서사가 있다면 어떨까. 사진과 함께 사진기자의 설명이 덧붙여진다면 사진이 찍힌 정황을 이해하기 수월할 것이다. 손택은 무의식적으로 전쟁의 사진을 보고 소비하는 우리들에게 “고통과 연결하는 숙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장의 사진을 보며 사진 이면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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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모임에서 <타인의 고통>을 읽었다.

번역때문인지 역사, 문화적 배경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책 읽기가 쉽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각 챕터마다 소제목을 붙어가면서 읽어가면 각 챕터의 핵심을 찾는데 도움이 될수도 있겠다. 전작인<사진에 관하여>를 먼저 읽고 <타인의 고통>을 읽었다면 훨씬 이해하기가 수월하지 않았을까. 책에서는 유럽과 미국관련 전쟁을 주로 예시로 들었기에 수전 손택이 말하는 희생자들의 고통을 체감하는 데 한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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