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참화>가 보여주는 병적인 잔인함은 보는 사람을 자각시키고 분노하게 만들며, 감정에 상처를 입힌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예술처럼, 고야의 예술도 도덕적 감정과 슬픔을 둘러싼 역사의분기점인 듯하다. 그 깊이를 알 수 없고, 독창적이며, 보는 사람들에게 큰 노력을 요구한다. 고야와 더불어, 고통에 반응하는 새로운기준이 예술에 들어 왔다(그리고 동료 의식이라는 새로운 주제도가령 어느 건물에서 부상당한 채 실려 나오는 노동자의 모습을담은 그의 그림이 그렇다).
전쟁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그의 묘사는 관람객의 감수성을 겨냥한 공격의 일환으로 구성된다.각 이미지마다 아래에 적힌 의미심장한 문구들은 사람들을 자극한다.모든 이미지가 그렇듯이 그의 이미지는 와서 보라는 일종의 초대지만, 오히려 그 아래에 달린 설명은 그렇게 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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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데생이나 그림을 ‘제작‘ 하고 사진작가는 사진을 찍는다‘라는 관습적인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일상 언어는 고야의동판화처럼 손으로 만든 이미지와 사진 사이의 차이점을 뭔가 확고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지만 사진 이미지도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밀한 모사로 만든 구성물이라는뜻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일종의 모사라는 점에서, 당시에 일어난어떤 일을 그저 투명하게만 보여줄 수는 없다. 사진 이미지도 누군가가 골라낸 이미지일 뿐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구도를 잡는다는 것이며, 구도를 잡는다는 것은 뭔가를 배제한다는 것이다. - P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