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잘 자, 라는 말을 잘 가,라는 말로
나는 착각하지 않았을까. 어떤 사랑이 살 때
할 수 없었던 말을 이제야 한다.
잘, 이라는 말을 밤하늘의 별로 숨겨놓고 싶다.
그렇게 으스러지게 안아서 사라진 너는 내 손톱 속 정어리의 비늘 같은 초승달로 숨어 있다.
잘, 자 혹은 잘, 가.“ (허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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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폭우로 인해 서울-광주간 열차 운행이 중지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잠자리에 들었다. 전남 동부권은 괜찮겠지.
오늘은 한 달에 한번, 문학 선생님께서 서울에서 순천으로 강의를 하러 오시는 날이다. 오전 10시 즈음, 기차가 익산역에서 멈췄다. 서울에서 순천까지 중간지점에서 선생님의 발이 묶였다.
전주 지역 하천이 범람하여 선로 침수.
익산-여수 간 열차운행중단.
아, 제가 얼마나 많이 기다렸던 강의인데요, 선생님, 얼른 익산버스터미널로 가셔서 버스 타고 오세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이 폭우에 위험한 일이다. 어쩔 수 없이 선생님은 서울로 되돌아가셔야 했다.
타고 온 기차가 그대로 방향을 틀어 서울로 향했을까.
아니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해 상행선 열차를 기다리셨을까.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기차에 몸을 실으셨을 텐데.
젖은 신발로, 길 위에서 긴 시간을 보냈을 선생님을 생각하니 하루 종일 마음이 쓰였다. 선생님께 너무 고단한 하루가 아니었길 바랄뿐이다. 선생님, 푹 주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