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위화의 산문에는 그의 소설에서 만나지 못했던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위화가 글을 쓰는데 영향받은 작가, 성장기, 중국 사회의 변화와 갈등. 그의 육성으로 듣는 작가 개인의 이야기는 친근하고 생생하다.  책 제목에서 짐작해 볼 수 있듯이 위화는 이 산문집에서 문학 작품과 클래식 음악, 그리고 소설가와 작곡가의 서술을 탐구한다.

 

윌리엄 포크너는 화려한 문장보다 정확성을 추구했던 작가다. 위화는 포크너의 문장이 평범한 일상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우리를 매혹하고 감탄시키는 동시에 그것들 자체가 삶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근사한 문장들이 우리 삶과 별 차이가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포크너 소설은 위화가 자주 펼쳐보는 사전과도 같았다. “인물의 심장 박동을 멈추는 방법, 인물의 눈을 키우고 귀를 쫑긋 세우는 방법, 신체활동을 활발히 만드는 방법”등 심리표현과 인물묘사는 포크너에게 많은 빚을 졌다.

 

작가들의 문장에서 서술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야스나리의 글은 부드러운데 반해 카프카의 글은 날카롭다. 가령, 죽음을 묘사할때, 야스나리는 “딸의 얼굴에 평생 처음으로 화장을 해 놓으니 시집가는 신분 같았다.”고 표현하는 반면, 카프카는 썩어가는 환자의 상처에서 “빨간 장미꽃”으로 썼다. 루쉰과 보르헤스도 상반된 길에 서있었다. 루쉰은 현실을 “총탄이 몸에 남는 게 아니라 그대로 뚫고 지나가듯 순간적이고 강렬하게" 서술한 작가였다면, 비현실 세계에 관심이 많은 보르헤스는 인물을 언제나 ”미지의 낭만 속에 침잠하듯“ 모호하게 그렸다.

 

중학생 때 작곡에 매료된 위화는 광인 일기를 자기 나름대로 악보표기로 옮기기도 했다. 그러다 30살 즈음 반 년 만에 4백장의 음반을 모으며 음악에 빠져든다. 음악은 곧 글쓰기에 영향을 준다. 민속 음악풍의 버르토크의 음악에서는 세속성을 읽고 메시앙의 곡에서는 현대성을 발견한다. 세 시간이 흐르는 바흐의 <마태수난곡>의 선율에서 그는 고요와 찬란함, 고통과 환락을 느끼며, 마치 단편 소설 한편의 분량으로 소설의 긴 주제를 쓴 것과 같다고 말한다.

 

소설과 음악의 서술이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을까. 호손의 <주홍글씨>중 처형대에 오르는 서술과정과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7번>의 침략자 에피소드의 클라이 맥스는 같은 방식으로 묘사된다. <주홍글씨>에서 주인공이 사형대 앞에 이를때 서술은 극도로 차분해진다. 쇼스타코비치는 점점 빨라지는 북소리를 한 순간 현악의 날카로움으로 가볍게 사라지게 연주한다.

 

차이코프스키는 도스토예프스키처럼 19세기 말의 절망을 표현한 작곡가였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 속 부조화는 자아와 현실간의 긴장관계, 내면의 뒤틀림과 내적 분열을 나타냈다. 위화는 <교향곡 6번, 비창>은 개인의 절망뿐 아니라 인류의 절망까지 연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음악에는 인간미가 담겨있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담은 힘은 “분노, 격동, 세상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마음을 파고드는 친근감”에 있었다.

 

위화는 고전을 읽고 클래식음악을 들으며 영감을 얻었다. 여러 소설가들의 문장에서 등장인물의 심리, 이야기 전개를 배웠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고통, 감동,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혔다.소설 작품과 클래식 음악은 위화의 직설적이고 세밀한 문장으로 설명되어 있어 평론읽기의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이제 그가 들려준 소설의 서술에 독자의 경험과 기억이 더해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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