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이정호 그림 / 알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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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출간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신경과 의사인 올리버 색스의 임상보고서다. 당시 뇌와 정신에 관한 연구는 주로 좌반구에 치중되었다. 우반구 연구가 어려웠던 이유는 환자 스스로가 증상을 느낄 수 없고 외부 관찰자도 증상을 쉽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였다. 러시아 신경심리학자인 루리야는 말년에 “직관적 지각 작용에서 우반구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색스는 그의 연구를 따라 우반구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주목한다. 이야기 형태로 병역을 서술해 나간다. ‘개인 주체’, ‘낭만’ 과학적 시각으로 환자들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모든 것을 형태로만 인식하는 음악교사 P 선생. 그는 <안나 카레리나>의 줄거리를 잘 기억하지만 시각적인 장면은 기억하지 못했다. 시각인식불능증이 심해져 구체성에 대한 감각을 잃어간다. 장갑을 보고 “표면이 단절되지 않고 하나로 이어져 있다”고 말할 뿐 장갑이라고 판단하지 못한다. 진료를 마친 그는 손을 뻗어 아내의 머리를 잡고 자신의 머리에 쓰려고 했다. 저자는 우리의 존재와 삶을 구성하는 정신과정은 추상적인 과정이 아니라 개인적이 것이기에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온전한 인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환자에게 생활의 변화보다는 지금까지 살아오던 데로 음악을 가르치며 살라, 조언한다.

 

과도한 흥분이 자주 일어나 고통을 겪는 이들도 있다. 틱 증상이 있는 레이는 직장을 구하자마자 해고되곤 했다. 틱 증상으로 인해 손놀림이 빨라 독특한 드럼 연주자로 인정 받게 된다. 자신의 틱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3개월간 할돌의 약처방을 받은 레이는 흥분을 가라앉힌 대신 민첩했던 행동과 충동이 사라졌다. 색스는 그에게 주말에만 할돌을 투여하고 평일에는 차분한 시민으로 살아가게 한다.

 

어릴 적 부모를 잃은 레베카는 할머니와 살며 많은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자란다. 유대교의 예배를 드리며 전례,성가 등을 잘 이해하나, 레베카는 행위상실증, 인식불능증, 감각 및 운동의 결손과 쇠약으로 인해 19세살이 아닌 8세짜리 어린아이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저자는 리베카를 여러 번 만나면서 그녀에게 시적 재능을 발견한다. 레베카는 봄꽃이 핀 정원을 보며 “봄, 탄생, 성장, 깨어남, 계절, 만물이 때를 만났다.”라고 읊었다. 색스는 그 동안 레베카 에게 했던 평가와 접근 방식이 잘못됨을 알아차린다. “우리는 소위 결함 연구에 주의를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여서 서사학쪽으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서사학이야말로 지금까지 무시되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구체성의 과학”이라고 깨닫게 된다.

 

색스는 환자의 내면 깊숙한 곳을 파악하려고 기존의 틀에 맞춰 상담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그들을 관찰한다. 26살 자폐증 쌍둥이 형제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무얼 하는지 알고자 공감하는 자세로 그들을 지켜본다. 숫자 세계에 사는 형제는 일명 ‘캘린더 계산기’였다. 현재를 기준으로 전후 4만년씩 8만년 동안 부활절이 몇 월 며칠인지 알아맞히며, 그들이 살았던 지난 날 중 어느 날의 날씨나 사건에 대해 척척 대답한다. 소수 숫자놀이를 좋아하는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색스는 숫자표 책을 보며 숫자 놀이에 참여한다. 후에 두 형제는 독립 가능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떨어져 지내게 된다. 그들이 숫자에 대한 의미와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은 사소한 희생으로 치부된다.

 

저자가 선천적으로 또는 사고에 의해 뇌장애가 생긴 환자들을 관찰하고 기록한 보고서는 환자 개개인에 맞춰져 있다. 결함이 있는 사람이 아닌 각 개인이 가진 음악적, 미술적, 연극적인 재능을 발견하고 색스는 기뻐하고 감탄한다. 지난 35년간 신경정신학 분야는 발달되어 더 다양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시행되어 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꾸준히 읽히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장애에 시달리는 사람들과의 편견 없는 색스의 대화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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