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한 친구에게 신은 실재하는 존재가 아니라 별달리 성공적으로 묘사되지 못한 문학 속의 인물이며, 오디세우스나 리어 왕과 비슷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는 단박에 오디세우스나 리어 왕보다 더 확실한 실체는 없다고 응수했다. 나는 조금도 납득되지 않았으나 그의 외교적인 답변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p.52
우리는 살면서 어느 문학작품에 쏟아진 온갖 혹평을 읽기도 하고, 때론 그런 비평을 직접 쓰면서도 그 작품을 향한 애정을 거두지 않은 경우가 있다. <기수>도 그런 작품의 하나다.그건 젊은 날의 꿈이 소중하기 때문이고, 어쩌면 천상의 따님인 열정이 우리에게 행복과 영감을 주었던 그 시절이 아련히 떠오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p.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