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TV프로그램에 출연 한 적이 있고,
그동안 노는 만큼 성공한다. 남자의 물건, 에디톨로지 등
여러 권의 책을 써왔기 때문에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인물이다.
한동안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나 궁금했었다.
그러다 얼마 전 김태훈 평론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주제로 이야기를 했었는데,
김정운 교수가 게스트로 출연해서 현재 여수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이야기 했었다.
그리고 몇 달 뒤,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라는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였다.
김정운 교수는 이 책을 통해
타인에 방해 없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인
'슈필라움' 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압축 성장을 경험한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심리적 여유공간과
물리적 여유공간이 매우 부족하고, 이런 슈필라움의 부재로 인한
부작용 역시 심각하게 드러난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리 보잘것없이 작은 공간이라도 내가 정말 즐겁고 행복한
공간, 하루 종일 혼자 있어도 전혀 지겹지 않은 공간, 온갖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꿈꿀수 있는 공간인 나만의 '슈필라움' 이 필요하다고 한다.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2개의 키워드로 구성 되어있다.
김정운 교수가 작업실에서 직접 그린 그림과 여수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서 담았기 때문에 정겨움이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그가 왜 여수를 그의 슈필라움으로 정하게 됐는지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동안 김정운 교수의 여러 책을 읽으면서 문화심리학자로서
그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지식과 새롭지만
조금 독특한 생각, 본인만의 확고한 관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번 책은 그가 직접 여수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했던 일들과
생각을 슈필라움이라는 주제에 맞춰서 표현한 글이라서
본인만의 관점은 유지하면서도 기존의 책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가장 공감되고, 이 책의 주제인 슈필라움과 관련성이 높다고 여긴 부분은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부터 바꿔야 한다' 이다.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부터 바꿔야 한다' 이 익숙하게 들어 본 말은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가 쓴 '공간의 탄생' 의 핵심 내용이라고 한다.
공간은 그저 비어있고, 수동적으로 채워지는 곳이 아니다.
공간은 매 순간 인간의 상화작용에 개입하고, 의식을 변화 시킨다.
오늘날 문화연구에서 공간은 아주 새롭게 각광받고 있고,
공간이 갖는 문화적 기능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려는 학자들의 시도를
'공간적 전환'이라고 부른다.
심리학적으로 자의식은 공간의 통제감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공간이 있어야 주체 의식도 책임감도 생긴다.
공간이 있어야 자기 이야기가 생긴다. 자기 이야기가 있어야 자존감도 생기고,
매력이 생긴다. 한 인간의 품격은 자기 공간이 있어야 유지 된다고 한다.
SNS에 음식 사진과 함께 많이 올라오는 것이
바로 공간에 대한 사진이다.
여행 사진을 비롯 해 새로운 공간, 독특한 공간,
이쁜 공간, 잘 꾸며진 공간, 다른 곳과는 차별화 된 공간에 왔다는 것을
여러 사람에게 인증하고 공간에서의 경험을 활발히 공유한다.
김정운 교수가 책에서 이야기한 슈필라움을 찾는 과정인
동시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포함 된 행동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이 공감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나는 왜 그동안 슈필라움을 가지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에
김정운 교수가 부럽기도 했다.
나도 나만의 슈필라움이 있으면
지금보다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고,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고,
하나 하나 해결하고, 완성 해 나갈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의 나만의 슈필라움을 위해 지금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