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이의 칠일장 1 : 얘야, 아무개야, 거시기야! - 제1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초승달문고 32
천효정 지음, 최미란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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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의 천효정 작가님, 너무 글 잘 쓰신다고 글을 올렸더니 이유진 선생님과 정기진 선생님께서 입모아 ‘<삼백이> 읽을 때부터 그 작가 천재가 아닌가 했어요.’ 하시는게 아닌가.

읽을 목록에는 올려두었지만, 그 얘기를 듣고는 궁금함을 참지 못해 당장 학교도서관으로 달려갔다. 왜 내가 여태 학교도서관 이용할 생각을 못하고 번번히 다 책을 샀던가!

당연히 <삼백이의 칠일장> 1,2권이 있었다. 빌려와 단숨에 읽었다....

나도 그 말을 해야겠다. 정말 천효정 작가 신이 내린 이야기꾼인가!

무엇보다도 이야기의 구조가 대단히 놀랍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시간 순서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이 이야기는 첫 장에서 바로 삼백이의 생애를 다뤄버린다. 마치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1,2,3편이 2001년, 2002년, 2003년에 나란히 나온 다음에 10년도 넘게 지나 <호빗> 1,2,3편이 2012년, 2013년, 2014년에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주인공인 프로도의 모험을 모두 끝낸 뒤, 프로도의 할아버지인 호빗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프리퀄을 나중에 찍었다.

모험이 다 끝난 뒤에도 그 앞 이야기가 궁금하다.

삼백이의 이름의 유래와 그의 패기 넘치는 재치와 삶까지 다 알았는데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한가득 남아있다. 김이 빠지는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뭐 이런 작가가 다 있는가!

삼백이라는 인물이 중심에 있고, 삼백이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 구렁이, 개, 소, 까치, 호랑이, 말이 이야기를 한자락씩 풀어놓는다. 삼백이의 장례식을 칠일동안 지내서 제목이 <삼백이의 칠일장>이다. 이야기는 병풍처럼 주욱 연결되어 있지만, 병풍 한 칸만 봐도 작품이 되는 것과 매한가지다. 동물 이야기 한 자락만 들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가 된다.

이야기를 어렴풋이 익힌 다음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지 않고, 외운 가락으로만 들려줘도 아이들이 재밌다고 뒤로 까무러칠 판이다. 와, 어디 이 이야기 들려줄 아이들 없나? (올해 영어전담을 맡아 우리말로 된 이야기 들려줄 틈이 없다 ㅠㅠ)

천효정 작가 언젠가 꼭 뵐 일 있겠지.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꼭 사인받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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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택배 트럭! 문학동네 동시집 59
임미성 지음, 윤지회 그림 / 문학동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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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얘기지만 아동문학에 관심을 가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 독서는 끊임없이 해 왔지만, 어린이책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 독서에 열심이었고, 아이들도 자신의 독서에 열심이길 바랐다. 이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아주 큰 부분을 놓치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동문학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이후론 당연히 더욱 열심히 읽는다. 만약 내가 책을 내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아동문학을 사랑하는 매니아로 남게 될 것이다.

더욱 부끄럽게도 동시집을 산 건 거의 처음인 것 같다. 국어시간에 시 수업을 해야하면 두려움이 먼저 앞섰다. 읽으면 좋았지만 거기서 그만이었다. 좀 더 많이, 깊이 읽을 생각까진 안 했다....

작년 말부터 많은 아동문학을 사랑하시거나 직접 창작하시는 선생님들과 페이스북 친구가 되면서 변화가 있었다. 추천 친구로 여기저기서 뜨기에 클릭을 한 이름이 있었다. 지켜보다보니 그 선생님이 동시집을 내신다고 했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서로 댓글을 달며 정이(?) 들었으니 동시집을 사서 읽기로 맘 먹었다.

그리고는? 앞으로 동시집도 모으게 생겼다 ㅎㅎ

맞아. 이게 동시의 매력이었지. 어렵지 않고 관찰하고 뒷맛이 개운한 동시들.

현재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으로 계시면서 매일 1시에 '맛있겠다' 동시 모임을 하시는 임미성 선생님. 시가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의 일상은 어떨까? 싱그럽고 푸릇푸릇하고 화사할 것 같다. (내가 그 모임에 가고싶다 ㅠㅠ)

읽다가 맘에 와 닿는 시는 특히 별표로 표시해 두었다.
왈칵 눈물을 쏙 뺐던 시 한 편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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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가 왔다

임미성

외갓집 보따리가 왔다
식구들이 둘러앉았다

초록 병 두 개가 나왔다
찬지름, 들지름
삐뚤빼뚤 외할머니 글씨가
뚜껑 안팎으로 고소하다

감자, 부추, 장조림
양파도 한 망 나왔다

엄마는 양파를 까지 않고도
바알가니
양파 깐 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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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좋은 시 읽히려고 동시집을 샀는데, 좋은 건 나다.
곶감 빼 먹듯이 기분따라, 날씨따라, 계절따라 한 편씩, 한 편씩 꺼내 읽어야지. 야금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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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해가 떴습니다 사계절 동시집 14
정연철 지음, 김고은 그림 / 사계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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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소개하고픈 동시집 한 권 정연철 선생님의 <알아서 해가 떴습니다>.

아동문학 창작 수업을 가 보니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들이 재미난 뒷이야기를 많이 해 주신다. 동시를 쓰던 사람 중에 동화가 영 시원찮은 사람들이 꽤 있다고. 동화는 잘 쓰지만 동시가 영 안 되는 사람이 있고.

근데 그걸 다 잘 쓰는 사람도 있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ㅎㅎ 동화, 청소년소설에 동시까지. ...

임미성 선생님 동시집과 같은 날 정연철 선생님 동시집을 읽어보니 동시의 상쾌함은 비슷하지만 두 분 스타일이 다르게 묻어나서 독자의 입장에서 무척 재미있었다.

숨길 수 없는 재기발랄함과 예리함, 톡톡 튀는 매력이 한가득이다. 반마다 있는 센스쟁이 학생같다. 말이 많진 않은데 가끔 한 마디 툭, 툭 던지면 반 전체를 웃게 만드는 그런 애. 그런 애는 아니고 그런 어른이 쓴 동시집이다.

원래 맛보기가 더 중요한 법. 별표 쳐 둔 동시 하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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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현상

정연철

언니가 잠꼬대하다가
내 몸에 다리 하나 척 걸치면
잠이 확 깨잖아
근데 엄마가 토닥토닥 가슴을 두드려 주면
왜 까무룩, 잠이 올까?

청소기 소리 너무 시끄럽잖아
근데 가위에 눌렸다가 깜짝 놀라 깨어났을 때
엄마가 청소기를 돌리고 있으면
왜 마음이 푹, 놓일까?
======

또 하나 더. 삽화라고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까운 매력적인 일러스트가 가득하다. 김고은 화가의 일러스트도 만끽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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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초등학교에서 작은거인 37
오카다 준 지음, 양선하 옮김 / 국민서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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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시간표>에 이어 두 번째로 오카다 준의 작품을 읽었다. <밤의 초등학교에서>. 글을 꽤 길게 썼는데, 컴퓨터가 다운되면서 다시 써야만 했다. 놀라운 건 써 놓고 읽어보니 처음 글이랑은 묘하게 다르게 쓴다는 점이다. ㅎㅎ

오카다 준은 참신한 판타지 기법으로 독자들을 매혹시키는 작가이다. <신기한 시간표>는 아침자습시간부터 1,2교시를 지나 방과후까지 각기 다른 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린 옴니버스 작품집이다. 각 장을 따로 떼어내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지만, 한꺼번에 읽을 때 그 긴장감이 더욱 증폭된다. ‘자, 그럼 이제 다음 초등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그 판타지라는 것이 겨우 5장의 지면 안에서 발생하고 마무리된다고 생각하면 작가가 얼마나 탁...월한 이야기꾼인지 알 수 있다.

<밤의 초등학교에서>도 <신기한 시간표>의 연장선상이라고 느꼈다. 물론, 그 못지 않게 무척 좋다. 이 작품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어린벚잎 초등학교의 야간경비가 일을 잠시 그만두게 되면서 화자가 그 학교에 잠시 야간경비로 일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밤마다 기기묘묘, 신비스러운 일들이 일어난다. 주인공는 짐짓 놀라고는, 그 이후로는 내심 그 기묘한 일들을 기다리게 된다.

오카다 준은 우리에게 그렇게 많은 시간을 주지 않는다. 잠시 배경소개를 읽고 있다보면 어느새 2~3장 안에서 판타지가 발생해 버린다. 독자를 단번에 그 환상 속으로 데려가 관찰하지 못하게 한다. 독자들이 바로 그 판타지 안에 풍덩 들어가 있는 것이다.

야간 순찰을 마치고 숙직실로 들어와 막 자리에 앉았을 때 ‘똑똑’ 소리가 가 나서 문을 열어보니 노란 운동복을 입은 토끼가 문 앞에 서 있다. 허둥지둥대며 낮에 도와줘 고맙다며 스프를 끓이기 시작한다. 뭘 도와줬는지 물으니까 “낮에 도와주셨잖아요!” 하며 요리를 하기 바쁘다. 시종일관 관찰자적으로 차분하게 사실만을 나열하는 주인공의 말투 때문인지 더욱 신뢰가 갈 뿐이다. 마치 야간경비를 하면 토끼가 스프를 끓여주는 것 따윈 익숙한 일이라는 듯!

이야기란 건 읽을수록 매혹적이다. 얇은 책 한 권,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 아닌가? 펼쳐서 눈을 굴려 읽고 나면 완벽히 새로운 하나의 세상이 창조되어 있다. 한 번 읽었다면 그 세계는 사라지지 않는다. 평행우주처럼 어딘가에 존재하고, 내가 그 세계를 잊는대도 사라지지 않는다. 또 다른 독자들의 머릿속에서 재생되고, 그 사람이 잊을만 하면 또 다른 독자가 책을 펼친다. 작가는 펜을 놓았지만 그 세상은 영원히 살아 움직인다. 매혹적이고 중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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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 간 거울 창비아동문고 231
방미진 지음, 정문주 그림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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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진의 동화집 <금이 간 거울>을 읽었다. 도벽이 있는 아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문제, 숨기고 싶은 아빠, 가족 간의 소통 부재를 다룬 단편집들을 모아두었다.

역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첫 단편 <금이 간 거울>이었다. 수현이는 작은 선물가게에 들어갔다가 작은 거울 하나를 훔친다. 우연히 친구의 물건을 훔쳤고, 거울에 금이 하나 더 생긴 걸 발견했다. 찝찝한 마음에 그 거울을 버렸지만, 버린 거울은 다시 돌아와 수현이의 근처 어딘가에 있다. 자기도 모르게 또 물건을 훔치고, 또 훔치고. 이 파국은 어디까지 치달을 것인가?

현실의 문제와 판타지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나처럼) 어릴 때 친구의 예쁜 물건을 보고 훔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어린이들이라면 보는 내내 손에 땀이 날 것이다. 숨고 싶고 부끄럽기도 할 것이다.

<삼등짜리 운동회 날>이 가장 좋았다. ‘이게 다 아버지 때문이다’ 로 시작된다. 아버지는 경비원이라 이틀에 한 번씩 근무를 한다. 이리 저리 속상한 게 많은 경수는 아버지 탓을 끝도 없이 한다.

“다른 아버지들이 텔레비전을 번쩍번쩍 들 때 우리 아버지는 라디오나 하나 간신히 들고, 다른 아버지들이 매일 매일 일할 때 우리 아버지는 이틀에 한 번 일하기 때문에 엄마가 운동회날도 일해야 하고, 남들이 감기약이나 먹을 때 아버지 혼자 비싼 약 먹어서 내가 닭 다리도 자주 못 먹는 것이다.”

남들이랑 다른 게 싫고 숨고 싶은 어린 시절, 그저 모든 게 다 부끄럽고 원망스런 시절. 아이의 마음이 잘 묘사된 것 같다. 마지막에 아버지 대사에 그만 왈칵 눈물이 올라왔다. ‘경수야, 사랑한다.’ 하지 않는데 그게 그 대사에 다 묻어난다. 문학을 읽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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