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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초등학교에서 ㅣ 작은거인 37
오카다 준 지음, 양선하 옮김 / 국민서관 / 2013년 12월
평점 :

<신기한 시간표>에 이어 두 번째로 오카다 준의 작품을 읽었다. <밤의 초등학교에서>. 글을 꽤 길게 썼는데, 컴퓨터가 다운되면서 다시 써야만 했다. 놀라운 건 써 놓고 읽어보니 처음 글이랑은 묘하게 다르게 쓴다는 점이다. ㅎㅎ
오카다 준은 참신한 판타지 기법으로 독자들을 매혹시키는 작가이다. <신기한 시간표>는 아침자습시간부터 1,2교시를 지나 방과후까지 각기 다른 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린 옴니버스 작품집이다. 각 장을 따로 떼어내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지만, 한꺼번에 읽을 때 그 긴장감이 더욱 증폭된다. ‘자, 그럼 이제 다음 초등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그 판타지라는 것이 겨우 5장의 지면 안에서 발생하고 마무리된다고 생각하면 작가가 얼마나 탁...월한 이야기꾼인지 알 수 있다.
<밤의 초등학교에서>도 <신기한 시간표>의 연장선상이라고 느꼈다. 물론, 그 못지 않게 무척 좋다. 이 작품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어린벚잎 초등학교의 야간경비가 일을 잠시 그만두게 되면서 화자가 그 학교에 잠시 야간경비로 일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밤마다 기기묘묘, 신비스러운 일들이 일어난다. 주인공는 짐짓 놀라고는, 그 이후로는 내심 그 기묘한 일들을 기다리게 된다.
오카다 준은 우리에게 그렇게 많은 시간을 주지 않는다. 잠시 배경소개를 읽고 있다보면 어느새 2~3장 안에서 판타지가 발생해 버린다. 독자를 단번에 그 환상 속으로 데려가 관찰하지 못하게 한다. 독자들이 바로 그 판타지 안에 풍덩 들어가 있는 것이다.
야간 순찰을 마치고 숙직실로 들어와 막 자리에 앉았을 때 ‘똑똑’ 소리가 가 나서 문을 열어보니 노란 운동복을 입은 토끼가 문 앞에 서 있다. 허둥지둥대며 낮에 도와줘 고맙다며 스프를 끓이기 시작한다. 뭘 도와줬는지 물으니까 “낮에 도와주셨잖아요!” 하며 요리를 하기 바쁘다. 시종일관 관찰자적으로 차분하게 사실만을 나열하는 주인공의 말투 때문인지 더욱 신뢰가 갈 뿐이다. 마치 야간경비를 하면 토끼가 스프를 끓여주는 것 따윈 익숙한 일이라는 듯!
이야기란 건 읽을수록 매혹적이다. 얇은 책 한 권,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 아닌가? 펼쳐서 눈을 굴려 읽고 나면 완벽히 새로운 하나의 세상이 창조되어 있다. 한 번 읽었다면 그 세계는 사라지지 않는다. 평행우주처럼 어딘가에 존재하고, 내가 그 세계를 잊는대도 사라지지 않는다. 또 다른 독자들의 머릿속에서 재생되고, 그 사람이 잊을만 하면 또 다른 독자가 책을 펼친다. 작가는 펜을 놓았지만 그 세상은 영원히 살아 움직인다. 매혹적이고 중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