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간 거울 창비아동문고 231
방미진 지음, 정문주 그림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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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진의 동화집 <금이 간 거울>을 읽었다. 도벽이 있는 아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문제, 숨기고 싶은 아빠, 가족 간의 소통 부재를 다룬 단편집들을 모아두었다.

역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첫 단편 <금이 간 거울>이었다. 수현이는 작은 선물가게에 들어갔다가 작은 거울 하나를 훔친다. 우연히 친구의 물건을 훔쳤고, 거울에 금이 하나 더 생긴 걸 발견했다. 찝찝한 마음에 그 거울을 버렸지만, 버린 거울은 다시 돌아와 수현이의 근처 어딘가에 있다. 자기도 모르게 또 물건을 훔치고, 또 훔치고. 이 파국은 어디까지 치달을 것인가?

현실의 문제와 판타지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나처럼) 어릴 때 친구의 예쁜 물건을 보고 훔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어린이들이라면 보는 내내 손에 땀이 날 것이다. 숨고 싶고 부끄럽기도 할 것이다.

<삼등짜리 운동회 날>이 가장 좋았다. ‘이게 다 아버지 때문이다’ 로 시작된다. 아버지는 경비원이라 이틀에 한 번씩 근무를 한다. 이리 저리 속상한 게 많은 경수는 아버지 탓을 끝도 없이 한다.

“다른 아버지들이 텔레비전을 번쩍번쩍 들 때 우리 아버지는 라디오나 하나 간신히 들고, 다른 아버지들이 매일 매일 일할 때 우리 아버지는 이틀에 한 번 일하기 때문에 엄마가 운동회날도 일해야 하고, 남들이 감기약이나 먹을 때 아버지 혼자 비싼 약 먹어서 내가 닭 다리도 자주 못 먹는 것이다.”

남들이랑 다른 게 싫고 숨고 싶은 어린 시절, 그저 모든 게 다 부끄럽고 원망스런 시절. 아이의 마음이 잘 묘사된 것 같다. 마지막에 아버지 대사에 그만 왈칵 눈물이 올라왔다. ‘경수야, 사랑한다.’ 하지 않는데 그게 그 대사에 다 묻어난다. 문학을 읽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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