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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택배 트럭! ㅣ 문학동네 동시집 59
임미성 지음, 윤지회 그림 / 문학동네 / 2018년 3월
평점 :

부끄러운 얘기지만 아동문학에 관심을 가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 독서는 끊임없이 해 왔지만, 어린이책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 독서에 열심이었고, 아이들도 자신의 독서에 열심이길 바랐다. 이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아주 큰 부분을 놓치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동문학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이후론 당연히 더욱 열심히 읽는다. 만약 내가 책을 내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아동문학을 사랑하는 매니아로 남게 될 것이다.
더욱 부끄럽게도 동시집을 산 건 거의 처음인 것 같다. 국어시간에 시 수업을 해야하면 두려움이 먼저 앞섰다. 읽으면 좋았지만 거기서 그만이었다. 좀 더 많이, 깊이 읽을 생각까진 안 했다....
작년 말부터 많은 아동문학을 사랑하시거나 직접 창작하시는 선생님들과 페이스북 친구가 되면서 변화가 있었다. 추천 친구로 여기저기서 뜨기에 클릭을 한 이름이 있었다. 지켜보다보니 그 선생님이 동시집을 내신다고 했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서로 댓글을 달며 정이(?) 들었으니 동시집을 사서 읽기로 맘 먹었다.
그리고는? 앞으로 동시집도 모으게 생겼다 ㅎㅎ
맞아. 이게 동시의 매력이었지. 어렵지 않고 관찰하고 뒷맛이 개운한 동시들.
현재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으로 계시면서 매일 1시에 '맛있겠다' 동시 모임을 하시는 임미성 선생님. 시가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의 일상은 어떨까? 싱그럽고 푸릇푸릇하고 화사할 것 같다. (내가 그 모임에 가고싶다 ㅠㅠ)
읽다가 맘에 와 닿는 시는 특히 별표로 표시해 두었다.
왈칵 눈물을 쏙 뺐던 시 한 편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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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가 왔다
임미성
외갓집 보따리가 왔다
식구들이 둘러앉았다
초록 병 두 개가 나왔다
찬지름, 들지름
삐뚤빼뚤 외할머니 글씨가
뚜껑 안팎으로 고소하다
감자, 부추, 장조림
양파도 한 망 나왔다
엄마는 양파를 까지 않고도
바알가니
양파 깐 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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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좋은 시 읽히려고 동시집을 샀는데, 좋은 건 나다.
곶감 빼 먹듯이 기분따라, 날씨따라, 계절따라 한 편씩, 한 편씩 꺼내 읽어야지. 야금야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