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1
천효정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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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룡소 스토리킹 제2회 수상작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100명의 어린이 심사위원이 뽑은 작품이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작가가 너무 궁금해 찾아보니 나와 비슷한 또래의 초등학교 선생님, 천효정 작가님이다!

심지어 이 시리즈는 5권까지 나와있다. 어린이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모양이다. 주인공 건방이와 권법의 달인 오방도사, 건방이와 같은 반인 초아와 반장 면상이 (이름이 보통이 아니다 ㅎㅎㅎ),전설의 여자 검객 설화당주.

캐릭터 면면이 보통이 아니다. 캐릭터가 뻔하고 판에 박힐 때 이야기의 힘이 빠지기 마련인데, 하나같이 개성이 강하다. 적당히 이렇겠지 싶은데 살펴보면 다르다. 캐릭터 구축에 공을 들인 게 분명한 작품이다....

일순 영화 <쿵푸 팬더>와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헛점 많은 주인공과 엉뚱해보이는 사부, 실력이 대단한 멤버들과 악역 하나. 뼈대는 비슷하나 다른 변주곡으로 연주된 색다른 우리나라의 작품.

초반에 나오는 표현 중에 글만으로 우리를 긴장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어 밑줄 그어 두었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이상하다. '누가 집에 들어왔어!' 건이는 거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그 사실을 알아챘다. 녹슨 철제 대문도, 이 층의 먼지 낀 창문도 그대로였지만 뭔가 달랐다. 그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예감 같은 것이었다."

모든 씬을 영화보듯이 머릿속에 그렸기에 쓸 수 있는 표현, 작품을 하나씩 뜯어보며 읽으니 몇 배는 재미있구나. 감상자로의 독서, 창작을 하고 싶은 자로서의 독서. 느낌이 무척 다르다.

고학년 아이들이 읽으면 '2권, 3권도 사주세요!' 조를 수 밖에 없는 작품. 후속작도 계속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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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 10인의 작가가 말하는 그림책의 힘
최혜진 지음, 신창용 사진 / 은행나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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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hee Heo에게 선물받아 기쁜 마음으로 단숨에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를 읽었다. 이 책은 언뜻 봐선 그림책 작가들을 인터뷰하고 그 세계를 알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넓고 더 크다. 창작자 모두를 위한 책이다.

그림책을 오래도록 읽어온 최혜진씨가 10명의 작가들을 각자의 집이나 그 동네로 찾아가 인터뷰한 책이다. 작가들이 함께 같은 자리에 앉아서 얘기를 한 것도 아닌데 공통적으로 그들이 하는 말이 있어 몹시 흥미로웠다.

내게 가장 강하게 각인된 주된 아이디어는 “너의 창작을 막는 가장 큰 방해물은 너 자신이다. 너 자신은 스스로가 해내지 못할 것이라도 믿고 있다.”였다....

결코 정형화된 방식에서 안주하지 말 것, 일상에 틈을 줄 것,

“모든 화가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평생을 바쳐 찾고자 하는 손짓, 감성을 그 무렵 아이들이 가지고 있답니다. 제도권 교육과 정형화된 미의식과 공식들... 이런 것에 노출되면서 원초적 에너지를 잃지요.” (올리비에 탈레크)

“뭔가를 창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유일하게 필요한 재능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라는 의지라고 생각해요.”(벵자맹 쇼)

벵자맹 쇼의 말을 듣고 좀 멍해졌다. 이제 이야기 소재를 몇 개 찾아 머릿속에서 굴리고 있지만 내가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지를 정작 모른다. 무슨 얘기를 쓰고 싶냐고? 우주 이야기, 마법 이야기? 학교 이야기? 소재를 묻는 게 아니다. 그래서 “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거야?” 라고 묻고 있는거다. 돌직구로 묻는데, 할 말이 없다. 아직 내게서 영글어 나올 게 없는게다.

“시작할 땐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에 시달리고 길을 되찾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하는 게 결국 창작입니다. 처음엔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을 좌절, 고뇌, 다시 시작하기 등을 거쳐 마침내 해낼 때 느껴지는 희열. 그게 이 일의 재미고 제가 계속 일하는 이유죠.”(벵자맹 쇼)

어제 문학을 하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너무 글이 안 써진다고. 초고를 완성했는데 그야말로 쓰레기 같다고. 그 말을 듣는데, 어찌나 부럽던지. 그 쓰레기라도 한 번 써보고 싶은데 말이다! 정말 멍청한 말이지만 어디 보여줄 수도 없는 엉망진창인 초고 한 번 완성해 보면 얼마나 짜릿할까. 그 짜릿한 맛에 또 엉터리로 쓰고, 또 쓰고 그런 거 아닐까.

김중혁의 <무엇이든 쓰게 된다>와 함께 당신을 창작하고 싶게 만드는 강력한 책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꼭 그림책 작가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당신은 창작하고 싶어진다. 주문을 외워보자. 난 창작할 수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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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후의 선택 - 제17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70
김태호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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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문학 강좌 같이 듣는 친구 한 분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김태호 작가의 <제후의 선택>. 제 17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며 젊은 감각이 살아 움직이는 매력적인 작품집이다.

이재복 선생님이 “여러분, 옛이야기 꼼꼼하게 찾아 읽고 꼭 옛이야기 다시 쓰기, 즉 패러디 해보세요. 거기가 아주 보물이 가득합니다.”라고 하신 적이 있다. 옛이야기를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쓴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생각만 하고 있던 차에 그 훌륭한 예를 발견했다.

제목에서부터 이미 힌트를 주고 있는 첫 번째 단편 <남주부전>. 정수기가 고장나 정수기 아저씨를 불렀는데 그 분 이름이 ‘구영생’ 과장이다. 200미터 이상의 깊은 바닷속을 흐르는 해양 심층수로 만드는 깨끗하고 좋은 물을 침이... 마르랴 홍보해대는 구영생 과장. 그럴 때 이미 눈치를 챘었어야 하는데! 제목에서 그렇게나 힌트를 줬는데도, 한참을 결국 끝까지 읽고 나서야 눈치챈 나의 둔함이라니.

옛이야기 다시 쓰기를 하려면 저 정도는 해야지. 매력이 차고 넘치던 첫 번째 단편.

‘이거 무슨 얘긴가?’하고 가벼운 맘으로 읽다가 머리가 멍해지고 말았던 세 번째 단편 <창 안의 아이들>. 길에서 차에 치인 고양이를 발견한 연수는 그 고양이를 얼른 찍어 단톡방에 올린다. 아이들은 어쩌면 좋냐며 이런 저런 의견을 낸다.

충격적이게도, 아이들은 추우면 안 된다며 이불 사진을, 방석 사진을, 물병과 죽 사진을 단체톡방에 올린다. 고양이는 죽어서 피를 흘리고 있는데 사진을 올린다.

그러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저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어른들도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가? 생일 축하한다며 케익 모양 이모티콘을 보내고, 축하한다며 박수치는 이모티콘을 보낸다. 그렇다. 거기까지다. 이모티콘이 100개가 날아와도 감동하는 사람은 없다. 시리아에서 단 며칠만에 수백명씩 죽어나가도 우리는 “ㅠㅠ” 라는 댓글만 달고 있다. 충격적으로 망가진 내 얼굴을 보여주는 거울 같아서 가슴이 섬뜩했다.

이 정도의 서슬퍼런 감각을 느낄 수 있으려면 아무래도 초등 고학년을 위한 책이겠지만, 이건 정말 어른이 읽어도 손색없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아동문학을 어른들도 주저없이 사서 읽는 트렌드가 생겨나면 좋겠다. 그러면 나랑 얘기 나눌 사람도 더 많아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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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이네 떡집 난 책읽기가 좋아
김리리 지음, 이승현 그림 / 비룡소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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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김리리 선생님의 <만복이네 떡집>을 읽었다. 제목만 봐서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해 큰 기대없이 읽었는데 의외로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했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자꾸 심술궂은 말이 튀어나와 친구들과 선생님의 미움을 받던 만복이에게 신기한 일이 생긴다. 신기한 떡집을 발견한다. 자신의 이름과 똑같은 떡집이라니? 언제부터 있었지? 하면서도 호기심이 이끌려 들어가본다.

[입에 척 들러붙어 말을 못 하게 되는 찹쌀떡]...
[허파에 바람이 들어 비실비실 웃게 되는 바람떡]
[달콤한 말이 술술 나오는 술떡]
[재미있는 이야기가 몽글몽글 떠오르는 무지개떡]

이쯤 읽으니 생각나는 작품이 있다.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

수상해 보이는 베이커리 안에 각종 주술이 걸려있는 빵이 있다.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사람들은 홈페이지에서 주문해서 빵을 사 먹고, 남에게 먹이기도 한다.

와, 굉장히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와서 다르게 요리한 셈이구나.

김리리의 <만복이네 떡집>은 우화나 전래동화 형식을 띄고 있지만, <위저드 베이커리>는 그런 판타지를 넘어서 성장소설이라고 불리고 있고.

작품끼리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발견하는 점,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좀 더 깊이 읽고 연구해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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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 난 책읽기가 좋아
수지 모건스턴 글.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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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모건스턴의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을 읽었다. 원제는 Cucu la Praline. (원제가 어느 나라 말인지, 무슨 뜻인지 아는 분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야기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처음부터 밑도 끝도 없이,

“아기들이 우는 것은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에 오줌을 쌌거나, 아니면 좀 안아 줬으면 해서 그러는 것이다. 그러나 소피는 그런 이유로 울지 않았다.”...

소피는 맘에 안 드는 옷을 입히면 앙앙 울어댔다. 그게 벌써 4개월 때부터였고, 말을 하기 시작하자 엄마, 아빠 대신 “소개, 깃, 단추, 주름, 주머니.” 등을 말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이라는 작가지망생을 위한 고전과 같은 책을 읽고 있다. 거기서 나오길 플롯이 강한 이야기와 인물이 강하게 부각되는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이 작품은 플롯도 너무나 훌륭하지만 이미 인물이 무척이나 개성이 강하다. 4개월부터 입기 싫은 옷은 거부했다지 않은가!

우리가 얼마나 옷차림으로 사람들을 평가하는지, 또 나도 평가당하는지 생각해보면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는 문장을 함께 보자.

“소피는 분명히 발은 두 개인데, 왜 사람들은 똑같은 구두 두 짝을 신는지, 또 왜 같은 색깔의 양말 두짝을 신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옷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거기 철학을 가졌으며, 그것으로 시를 쓰고 있는 소피. 너무 멋져서 책에다 밑줄을 치고 별표를 백개 정도는 그려두었다.

“그러니까 나는 시를 쓰는 것처럼 옷을 입는 거예요. 내 몸은 종이고요, 두 손은 만년필, 두 눈은 영감의 창이에요. 모자는 느낌표이고, 스카프는 쉼표, 레이스는 말줄임표죠.”

우리는 얼마나 자신다운가? 얼마만큼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렸을까? 이미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면, 그건 왜일까? 자신다움을 지키기 위한 건 생각보다 힘겨운 일이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보다 더 많은 관심을 남에게 쏟기 때문이다.

소피는 결국 자신의 옷입기 방식을 굽히고 학교 규칙에 타협하게 되었을까?
이 이야기를 끝까지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마지막 장을 넘기는 통쾌함을 모두가 느꼈으면 싶어 말을 아끼고자 한다.

무척이나 짧지만 깊은 생각을 하게 하고, 가슴을 후련하게 만드는 책,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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