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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글쓰기 - 남과 다른 글은 어떻게 쓰는가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글쓰기에 목숨을 건 남자 <대통령의 글쓰기>의 새 글쓰기 책을 읽었다. <강원국의 글쓰기>이다.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면서 대통령을 내세웠던 저자는 이제 자기 이름을 당당하게 걸고 책을 썼다.
팟캐스트에서 ‘강원국’ 이라고 치고 방송 몇 개를 들은 적이 있었다. 대통령께 연설문을 아침 7시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새벽 2시가 되도록 한 글자도 못 쓴 적이 있었단다. 초조하고 불안하고 미치겠다가, 맘을 바꿔 먹었다고. ‘지금이 7시라면?’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하고 식은 땀이 나더란다. 그러다가 지금 시계를 보니 아직 새벽 2시. ‘아, 다행이다. 아직 다섯 시간이나 남았구나.’ 하면서 기쁜 맘으로 썼다고. 들으니까 너무 우스우면서도 막 공감이 됐다.
글쓰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사서 고생하는 짓인지 상세히 근거를 들어 설명해 줘서 완전 좋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대통령 연설문을 몇 년 씩이나 쓰고 글쓰기 강의를 1000번 넘게 다닌 사람도 마찬가지구나, 하면서 위안 받았고 힘을 얻었다.
작가가 자신감 있게 서문에서 훅 내질러서 더욱 믿고 읽었다.
“내가 습득한 모든 글쓰기 노하우를 담았다고 자부한다. 한 사람의 28년 경험을 이 책 한 권으로 얻을 수 있다. 원고 하나하나가 두 시간짜리 강의 내용이다. 모두 읽으면 100시간 강의를 듣는 효과가 있다. (...) 이를 위해 글쓰기에 관한 책을 100권 가까이 읽었다.”
우리가 글쓰기 싫은 이유? 다음과 같다. 함께 읽어 보자.
“왜 어려운가. 쓰기 싫기 때문이다. 쓰기 싫은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 뇌는 예측 불가하고 모호한 것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위험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안전 욕구가 본능적으로 있다. 그런데 글쓰기야말로 정체를 알 수 없다. 정답이 없다.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모호한 대상이다. 여기에다 끝까지 못 쓸까봐 불안하고, 못 썼다는 소릴 들을까봐 또 불안하다. 결국 피하고 본다.”
에듀콜라 글을 연재하고, 그 글을 읽어달라고 여기저기 올리는 내 모습이 좀 부끄러워 하던 차에 이런 문단을 발견했다.
“글 쓰는 사람은 태생이 ‘관종’이다. 이들은 글을 들고 독자 앞에 나선다.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쓴다. ‘나는 이것을 알고 있고 이렇게 생각하고 느꼈고 깨달았다’고 얘기한다. 자신을 드러낸다 .이것이 나라고 외치는 것이 글쓰기다. 관심 받기를 싫어한다면 왜 글을 쓰는가. 정치인과 언론인의 글은 말할 것도 없고 문인과 과학자, 철학자, 연예인 할 것 없이 글을 쓰는 이유는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읽다가 너무 설레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던 헨리 데이빗 소로의 말.
“이른 아침 산책의 기대로 마음이 설레어 잠에서 떨쳐 일어나지 않는다면, 첫 파랑새의 지저귐이 전율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눈치채라. 당신의 봄과 아침은 이미 지나가 버렸음을.”
글쟁이가 글을 이야기 하는 책은 읽어도, 읽어도, 또 읽어도 말도 안 되게 재밌다 내겐. 글 잘 쓰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고, 그들이 쓴 글쓰기 책도 차고 넘치도록 많다. 그래도 그 사람들이 쓰는 종류가 다르고, 장르가 다르고, 문체가 다르고, 결이 다르다. 그 틈새를 부지런히 오가다 보면 내가 가장 글 쓰기 좋은 방식, 슬럼프를 이겨내는 방법도 찾아내지 않을까 싶다. 그런 희망으로 오늘도 글쓰기 책을 사고, 밑줄을 치고 부지런히 읽는다.
까마귀처럼 좋고 반짝이는 걸 일단 둥지로 다 물어온다. 겨울을 앞둔 불곰처럼 이것저것 먹어 배를 채운다. 불곰은 자기가 겨울잠을 잘 만큼 지방이 충분히 쌓였는지 테스트하기 위해서 나무에 올라간다고 한다. 나무에 올라가서 쿵! 떨어졌는데도 안 아프면 오케이. 떨어졌을 때 욱씬거리고 아프면 다시 먹이를 먹어 지방을 축척한단다.
글을 앞두고 내 오감은 활짝 열려 있는 걸까? 쓸 거리와 어휘는 충분히 넉넉한가? 배를 든든히 채우고, 체력을 꾸준히 기른다. 나도 모르게 글 쓸 생각하는 중독적인 습관을 기른다. 그러면 뭐 내 뇌도 체념하며 멋진 줄글을 내게 선물처럼 줄 지도 모른다. 안 주면? 다시 체력과 관찰력과 엉덩력(?)을 키워야지. 별 수 없다. 왕도가 있었으면 모두 작가하지 않았겠는가.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