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 소설은 어떻게 쓰여지는가
정유정.지승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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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까지 글은 안 쓰고, 글쓰기 책만 줄창 읽어댈 셈인가? 그렇다. 아직은 충분히 읽었다는 생각이 안 든다. 가벼운 글들이긴 하지만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글을 쓰고 있긴 하다. 날마다 글을 쓰면서 동시에 글쓰기 책을 열심히 찾아 읽는다. 실시간으로 파워 업이 되는 느낌이다! 뭘 읽고 ‘언젠간 해 봐야지.’ 하는 거랑은 완전히 다른 상황. 읽고, 내일은 그 조언대로 글을 써 본다. 작가들끼리 조언이 다른 경우도 있어서 그 점은 더 흥미롭다.

최고 이야기꾼, 정유정 작가의 새 책을 읽었다.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정유정 작가가 알려지기 시작한 건 역시 소설 <7년의 밤>부터였을 거다. 요즘은 곧잘 신간을 찾아 읽는 편이지만, 몇 년전만 해도 달랐다. 책 좀 ...까다롭게 읽는다는 친구들이 먼저 읽어 검증된 책들만 읽었더랬다. “7년의 밤 어때?” “오, 여진아. 대박 재밌어. 읽어, 무조건 읽어!” 그 얘기만 듣고 꽤 두꺼운 책에 덤벼들었다. 그리곤, 완전히 넉다운 됐지 뭐.

정유정의 소설을 읽고 나니 그 사람이 궁금했다. 여자인가. 여자인게 확실한가? 뭘 하던 사람인가? 문창과를 나왔나? 짧게 후려치는 문장 뒤의 사람이 정말 궁금했다. <고래>의 천명관, <7년의 밤>의 정유정 하면서 비교하는 글을 본 적도 있었다.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인터뷰어 지승호와 소설과 정유정이 만났다. 정유정 작가가 완전히 자기 작가 노트를 탈탈 털어 모든 걸 보여줬다. 이런 게 일종의 영업기밀일텐데, 독자에게 모두 내 보여도 괜찮나요? 작가가 괜찮단다. 내 생각에도 괜찮다. 수능 만점 받는 비결, 이라는 책이 나와도 모두가 만점 받지 못한다. 몸짱 되는 비결, 책이 나와도 다들 밤에 치킨을 끊지조차 못한다. 괜찮다. 다 보여줘도 아무렇지 않다.

정유정은 천재라고 사람들이 입 모아 말해왔다. 천재? 천재인데 공모전에 11번 탈락했단다. 그러면 처음부터 천재가 아니었겠지. 자기가 자신을 천재로 조금씩 조각해 갔겠지. 그 과정이 이 책에 모조리 나와 있다. 지금 어떤 사람이 성취한 그 무엇보다 그 여정이 궁금하다. 그 여정을 비슷하게 따라가다 보면 나는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지 그게 더 궁금하고.

앞으로 또 다른 작가의 여정에 손쉽게 올라타 동행할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그러겠다. 몇 번이고 그러겠다. 기꺼이 그러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여기 옮겨 보겠다.

지승호 : 문학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정유정 : 글쎄. 구원한다기보다 생존방식을 제시한다고 본다. 문학은 허구의 세계다. 허구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겪어보지 못한 일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함으로써, 실제상황에 대처하는 어떤 모범을 만들어준다. 인간은 눈앞에 벼랑이 있다는 걸 짐작하면서도 방향을 쉽사리 바꾸지 못한다. 대신 나는 안 떨어질 거야, 라고 기대한다. 문학이 하는 일은 이때 방향을 바꾸게 해주는 것이 아니다. 안 떨어질 거야, 라고 생각하며 계속 갔다가 정말로 떨어져버렸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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