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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쓰는 법 - 이야기의 스텝을 제대로 밟기 위하여 ㅣ 땅콩문고
이현 지음 / 유유 / 2018년 2월
평점 :

출판사 유유의 책을 좋아한다. 손바닥만한, 책날개도 없는 책이 땅콩처럼 알차고 군더더기가 없다. <동사의 맛>, <쓰기의 말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책 먹는 법>, <단단한 공부>를 소장하고 있다. 한 번도 만족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조성웅
그러던 중에 눈이 번쩍 뜨이는 책을 발견했다. <짜장면 불어요!>와 <푸른사자 와니니>의 작가 이현 선생님의 <동화 쓰는 법> (부제 : 이야기의 스텝을 제대로 밟기 위해서)이 나온거다. 와, 뭐 동화 쓰는 법? 나를 위해서 집필하신건가? 헛웃음이 나올만큼 좋았다.
게다가 4월부터 아동문학 창작 수업에서 이현, 김리리 선생님이 우리가 쓴 동화를 직접 합평해 주시는 시간도 있다. 물론, 엄청나게 깨질 각오를 하고 있...지만 ㅎㅎ
제목에서 보듯이 이건 문학이 아닌데, 실용서일 뿐인데, 어쩜 이렇게 맛있게 재미있게, 눈에 착착 감기게 쓰셨는지 모르겠다. 인물에 대한 설명 중에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잘나지 못한 캐릭터가 있어도, 결코 허수아비는 아니라는 거. 목소리가 크지 않다고 해서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라는 거다.
“나는 막 욕망하고 갈등하고 그런 얘기는 부담스럽고 내 주인공은 욕심 없고 소심한 성격이라고 주장하고 싶은가? 정말 그렇다면 그 인물은 이야기를 주도할 힘이 없다. 선수 교체를 원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발견하지 못했을 뿐, 누구에게나 간절한 욕망이 있고, 그럼에도 무릎 꺾게 만드는 걸림돌이 있다.”
써야 하는데, 요즘 계속 읽고만 있다. 책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써야 할 기한은 다가온다. 그 죄책감이 시달리던 차에 ‘계속 읽어도 돼. 아니, 지금으론 어림도 없어. 더 많이 읽어.’ 하는 작가의 한 마디가 있었다. 반가워서 옮겨본다.
“확실한 것은 한윤섭 작가는 창작에 앞서 상당한 동화를 읽었다는 사실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말하기를, 동화를 쓰기 위해 3천 권의 동화를 읽었댔나, 읽으려고 했댔나....아무튼 그만큼 많은 동화를 읽고 고민한 속에서 <봉주르, 뚜르>라는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한 것이다.”
이현 선생님이 수강생들 작품을 합평해 주실 때도 무척 돌직구시라는 말을 들었다. ㅎㅎ 이 책에서도 충분히 그걸 느낄 수 있었다. 핵심을 찔러버리신다. 창작 많이 할 거면, 제발 책 좀 읽으라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도 쓰는 것보다 읽기가 더 중요하다는 부분이 있었다.)
“강의를 듣는 것도 좋고, 습작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독서다. 사실 이걸 따로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글을 쓰겠다고, 그것도 자신이 쓴 글을 책으로 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평소에 독서 말고 뭘 할까? 책 말고 달리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
“핵심은 이야기다. 작가가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를 장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야기에 자신이 있으면 힘 있는 문장이 나오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문장력은 천차만별이다. 누구도 최고의 문장을 쓸 수 있다고 자신할 순 없다. 하지만 최선을 쓸 수는 있다. 그렇게 다짐하고 노력할 순 있다. 자신이 쓸 수 있는 최고의 문장, 그건 확신으로부터 나온다. 자신감에서 나온다.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 나는 이렇게 믿는다는 확신.”
주인공, 인물, 사건, 스토리와 플롯, 설정, 결말, 창작의 전략, 쓰기. 목차를 보면 자세히 샅샅이도 훑는다. 동화를 쓰고 싶은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도움이 되었고. (내가 창작 수업을 들으러 다니는데도 또 그것과 관계없이 도움이 크게 되었다.) 꼭 아동문학이 아니더라도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공감가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창작은 안하지만 아동문학을 즐겨읽는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이 묻어나는 책이리라 확신한다.
ps. 책 막바지에 ‘동화를 쓰려는 분들에게 권하는 동화와 청소년소설 100권’ 목록과 ‘동화를 쓰려는 분들에게 권하는 어린이문학과 창작 이론서 10권’ 목록이 있는 바람에 지갑에 구멍이 날 것 같다. 뭐 어쩌겠는가. 열심히 사고,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