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동물원 문학동네 동시집 36
이안 지음, 최미란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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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의 맛을 뒤늦게 느껴, 또 한 권을 샀다. 이안 시인의 <글자동물원>. 1학년 교과서에 실렸다는데 다른 학년 교과서까지 살펴볼 여력이 없어 여태 전혀 모르고 있었다. 무려 12쇄를 찍은 작품이라는데 난 알지도 못하고 있었으니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찰나를 때려 “아!” 소리가 절로 나오는 작품들이 초반부터 나를 압도한다. 동시집 리뷰를 쓸 때는 고민이 많이 된다. 고르고 고른 반질반질한 대추알 같은 낱말들. 내가 거기다 무엇을 더 보탠단 말인가? 그야말로 불필요한 짓이 아닌가 말이다. 그나마 가장 쓸모있는 행동은 한 편이라도 더 올려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다.

한 편 먼저 소개하고 시작해본다....

<른자동롬원>

이안

절대 이 책릉 거꾸로 꽂지 마시오
문이 곰릉 열고 탈출할 수도 있믕

글자와 숫자로 신선한 실험을 한 작품은 또 있다.

<1학년>

이안

세상은 참 궁금하고 2상해
아직 1어나지 않은 1들2 많거든
2렇게 쓸줄도 안다니까
5섯 밤만 자면 내 생1

삽화가 있어 더욱 간절하게 내 가슴 한 켠 베어내 살짝 가져간 동시도 있고.

<모과나무 달>

이안

모과나무에서
쿵!
달이 떨어졌어

노오란,

바람에 긁힌
상처에서 새어 나오는
달빛 향

노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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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보니 그림을 최미란 작가님이 그리셨다. 천효정의 <삼백이의 칠일장>의 그림을 맡았던 작가님이다. 입으로는 동시 읊으며, 봄꽃들 사이에 쪼그리고 앉아 색연필로 노닥노닥 그림 그리고 싶은 마음이 솔솔 든다. 봄이 오고, 동시도 내게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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