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작품 읽기 - 아이들의 삶을 만나다
전국초등국어교과 대구모임 눈부시개 지음 / 삶말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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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작품읽기 또 다른 책을 찾아 읽었다. 지난 번에 올렸던 리뷰는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시흥 모임 ‘연꽃누리’가 펴낸 책 <나와 세상을 만나는 온작품읽기>였다. 이번에 올리는 책은 대구 모임 ‘눈부시개‘가 펴낸 <온작품읽기 아이들의 삶을 만나다>이다. 페친인 유루시아 선생님이 속해있는 모임이기도 하다 :)

머리말의 한 교실 에피소드가 놀랍고도 살짝 충격적이었다. 졸업식 노래를 연습하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가사를 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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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나라의 일꾼이 되겠습니다.’ 우리 모두 멋진 일꾼이 되겠지요?
한 아이가 이렇게 대꾸한다.
“샘 우리한테 저주한다.”
참을 인자를 마음에 새긴 선생님은 차분히 설명한다.
“일꾼이란 자기 일을 열심히 일하는 사람 모두를 말하는 거예요.”
아이가 소리친다.
“나는 그런, 몸으로 일하는 사람, 일꾼, 그런 사람 되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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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너무 빨리 변한다. 세대차이는 급격하게 벌어진다.
“강감찬 장군에 대해 조사해오세요.” 하면 네이버가 아니라 단번에 유튜브로 검색을 해서 조사숙제를 해 오는 아이들이다.

진짜 삶의 면면을 빼꼼 들여다보지 않는 수업은 점점 하기가 힘들어진다. 의미도 재미도 없어지면 교사가 제풀에 지쳐서 할 수가 없다.

담임은 아니지만 동아리활동으로 ‘그림책힐링부’를 개설하기로 했다. ‘그림책토론부’는 딱딱해서 싫고, ‘그림책놀이부’는 평범해서 싫었다. 안 그래도 머리 복잡하고 할 것 많은 아이들, 상처받은 많은 쪼그라드는 마음 달래주는 티타임처럼 해보고 싶었다. 4월 초라 아직 시간은 있지만 조금씩 구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눈부시개’ 선생님들이 낸 책이 마치 나를 위한 것처럼 적절하게 출간되었다.

목록부터 살핀다. 챕터가 나를 가꾸다, 더불어 살다, 떳떳하게 일하다, 정의롭게 내딛다, 생명을 돌보다로 구성되어 있다. 나에서부터 점점 범위를 넓혀, 사회와 생명문제까지 확장해 읽을 수 있게 만든 짜임새가 좋았다.

첫 선택은 서현 작가의 <눈물바다>? 내가 아는 작품이 나오니 반가워서 허겁지겁 펼쳤다. 그 어떤 책보다도 4,5학년 그림책힐링부 시간에 함께 읽을 책으로 적당하지 않은가! 내가 소장하고 있는 그림책인데도, 이 책의 첫 그림책으로 뽑혀 있으니 이상하게 반갑고 내가 다 뿌듯(?)했다. 두 번째 그림책인 몰리 뱅의 <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부분도 좋았다. 함께 읽어보고 할 놀이로 ‘화풀이 놀이’를 제안하고 있다. 화산 폭발 그림으로 화 표현하기, 신문지 찢기, 운동장 마음껏 달리기, 누워서 실컷 수다 떨기!

이야기책도 많이 다루고 있다. 스테디 셀러인 김남중의 <불량한 자전거 여행>, 배유안의 <초정리 편지>, 김리리의 <검정연필 선생님>, 전형민의 <기호 3번 안석뽕>, 한윤섭의 <서찰을 전하는 아이> 온작품 수업장면도 나온다. 많이 사랑받는 작품일수록, 적용사례를 많이 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른 교실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은 작품이라면 이 책을 토대로 스스로 짜 보는 도전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그토록 좋아하면서도 왜 아동문학을 이제야 읽기 시작했는지, 교실에서 진지하게 다뤄볼 생각을 안 했는지 생각하면 내가 원망스러워서 거품을 물 지경이지만 아직 나에겐 살아온 것보단 좀 더 긴 생이 남아 있다. (그렇게 믿는다.) 좋은 책을 내 주신 선생님들, 늘 존경스럽고 멋져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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