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어둠이 찾아왔어
레모니 스니켓 글, 존 클라센 그림, 김경연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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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 급히 만난 내 소중한 친구 Won A Kim. 이 친구는 이미 20대 후반부터 그림책에 빠져 그 당시에 벌써 수백권의 그림책을 소장하고 있었다. 내가 그림책에 빠져있다고 하니 자신의 엄선된 리스트를 공유해줬다.

몇 시간 동안 그림책 얘기로 수다수다 떨었던 즐거운 시간. 그 소중한 리스트 중에 있었던 책 중에 특히 인상적이었던 책을 골라봤다.

레모니 스니켓의 <그날, 어둠이 찾아왔어>. 원제는 아주 간단하게 <The Dark>이다. ...

어둠이 무서웠던 라즐로, 하지만 어둠은 옷장 뒤, 샤워 커튼 뒤,여기 저기 있었다. 차라리 어둠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다.

"안녕, 어둠아."

공포 이야기도 아닌데 이상하게 일순간 심장이 약간 쫄깃해지는 느낌. 그림책 구성과 연출을 이렇게 할 수도 있구나 싶어 무릎을 치게 했던 책이다. 익히 영화 원작으로도 유명한 레모니 스니켓이
이야기를 썼고,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로 알려진 존 클라센이 그림을 맡았다.

아직도 가슴 한켠 내심 '그래도 그림책은 어린아이를 위한 것이지' 라는 생각을 하는 분이 있다면 이 책의 탁월한 장면 연출을 꼭 봤으면 한다. 진짜 내가 어둠 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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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의 비닐우산 우리시 그림책 6
윤동재 지음, 김재홍 그림 / 창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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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야기 그림책, 지식이 담긴 지식그림책, 시가 담기면? 시그림책이다.

시그림책을 소장하게 되면 가슴이 산들바람으로 가득찬 느낌이 든다. 아름다운 그림과 시어가 가슴 속에서 살랑살랑 한들한들.

책장을 살며시 펼치면 언제나 그 산들바람이 불어볼 걸 알아서 또 미칠 것처럼 콩닥콩닥....

제목은 고 있었지만 미처 본 적 없었던 창비 시그림책 <영이의 비닐우산>을 이제서야 보았다.

윤동재 시인의 '영이의 비닐우산' 시에 김재홍 화백의 그림이 합쳐진 것이다. 시를 한 페이지에 읽었어도 아름다웠을테지만 비 오는 날의 물기 가득한 수채화로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너무 애가 타도록 안타깝고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내용은 일부러 생략한다.)

짧은 시를 공감각적으로 아끼고 느낄 수 있는 방법. 시그림책을 읽거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시그림책을 종이에다 그려 만들어봐도 좋겠다.

더 많은 시그림책을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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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멋진 악당
이타바시 마사히로 글, 요시다 히사노리 그림, 양선하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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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부모의 직업은 어떤 의미일까. 엄마아빠가 이런저런 모습을 하고 있어서 자랑스럽기도, 부끄럽기도 할거다.

그 심리를 무척 예리하게 그려낸 그림책이 있어서 소개한다.

이타바시 마사히로의 <우리 아빠는 멋진 악당> . 이타바시 마사히로는 일본에서 무척 활발하게 작업활동 중이며 이미 만화책으로 유명한 작가라고 한다. ...

선생님이 아빠의 직업 조사해오기 숙제를 내셨다. 직업을 알아내기 위해 몰래 아빠 차를 타고, 아빠를 뒤쫓아갔다.

'아빠가 왜 체육관으로 가지?'

프로레슬러가 그림책에 나온 것도 신선했고, 프로레슬링 장면을 구현해낸 것도 처음 봤다. 소재에 신선함에다, 아이가 링 위에 선 아빠를 바라보는 심리묘사가 탁월하게 잘 됐다.

아아 요런 감정선은 그림책도 좋지만 드라마시티 정도로 연출해서 보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은데 내 머릿속으로 촬영해서 즐길 수 밖에.

그림책이나 이야기책이나 소재고갈에 시달린다고는 하지만, 새로운 작품들은 항상 쏟아져 나오고 무릎을 치게 한다. 새삼 모든 창작자들의 뚝심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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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세계 작가 그림책 9
존 로코 지음, 이충호 옮김 / 다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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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슬금슬금 오는데 이 책을 올리다니 조금 아쉽다. 며칠 전 폭설이 내리던 날 이 책을 정말 소개하고 싶었더랬다.

존 로코의 <폭설>이다. 원제는 Blizzard. 도입부는 최근 소개했던 후지와라 카즈에의 <눈 내리는 하굣길>과 비슷하다. 수업 중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집에 도착할 즈음에는 눈이 무릎 높이까지 왔고, 자고 일어나니 문을 못 열 지경으로 왔다.

저자인 존 로코가 10살이었던 1978년의 전설적인 폭설을 바탕으로 하여 만든 책이다. 어마어마한 폭설이 내리면 마을은 완전히 고립된다. 제설차가 들어오는 것만 해도 일주일이 소요될 정도로....

자연재해를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니 비극적이지 않다. 아이는 테니스 라켓을 발에 감고 썰매를 끌고 1.5km 떨어진 상점에 먹을거리를 사러간다. 여기저기 이웃들의 부탁을 받아 심부름까지 해주겠다고 하며.

이상도 하지. 폭설이 내렸는데, 폭설이 왔는데. 그림책에 어두운 구석이라곤 없다. 제설차가 오면 '아유, 이제 또 학교 가야 하나!' 며 아쉬워 하는 아이들도 있을 정도니까.

보면서 왠지 안도가 되는 책이지만 지식그림책이기도 하다. 미국은 여러가지 재난에 대한 대비책이 체계적으로 잘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표지의 <폭설> 타이포그래피만 봐도 당장 펼쳐서 읽어보고 싶어진다. 내일은 같은 작가의 다른 비상상황 버전을 올려겠다. 재난 시리즈, 묘한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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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3번 안석뽕 -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271
진형민 지음, 한지선 그림 / 창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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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나게 글 잘 쓰시기로 소문난 진형민 작가의 <기호 3번 안석뽕>을 마침내 읽었다.

떡집 아들 안석진이 친구들 등쌀에 여차저차 반은 장난으로 전교 어린이 선거에 나가게 됐다. 돈 많은 집에서 팍팍 밀어줘서 당선될까 말까인데,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닌데 당사자도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여전히 뭐가 뛰어난 아이들 위주로 돌아가는 학교, 많이 달라졌다곤 해도 아무래도 뭘 아주 잘하거나, 아니면 문제를 일으켜야 관심받을 수 있는 곳. 이도저도 아닌 아이들은 숨만 쉬고 살아도 모르는 곳. 작가의 묘사가 뼈아프다....

"하지만 학교는 원래 공부 잘하는 애들 위주로 돌아가는 데 아닌가. 그러니까 공부가 별로인 애들은 함부로 끼어들 수도 없을 뿐더러 혹시 어쩌다가 무슨 일을 잠깥 맡는다 해도 다른 애들이 걔 말을 잘 안 듣게 돼 있다. 공부도 못하는 게 재수 없이 설친다는 소리나 안 들으면 다행인 거다. 그러니 별수 있나, 조용히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수밖에."

3번 후보로 출마하고 나서도 쭈삣쭈삣 고개만 숙이고 있는 주인공 석진이가 좋았다. 하나도 안 특별한, 진짜 내세울 게 하나도 없는 그런 주인공들이 좋다. 그림책 <프레데릭>의 생쥐 프레데릭처럼 예술가도 아니고 <점>의 주인공 베티처럼 선생님한테 따박따박 자기 할 말 할 줄 아는 타입도 아니고 어물어물 쭈뼛쭈뼛한 캐릭터. 세상엔 사실 그런 사람들이 더 많다.

뚜렷이 자신의 의견도 없고, 그나마 하고 싶은 말도 할 줄 모르던 석진이가 끝끝내 단상에 올라 후보 소견 발표를 하는 장면은 내게 카타르시스를 주었다. 그 장면을 잘 구현해낸 일러스트레이터 한지선님의 그림도 사랑스러웠다. 색연필 느낌이 따스하다.

가슴이 상쾌해지는 부분도 옮겨본다.

"그런데 단상 위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아주 달랐다. 작은 퍼즐 조각들이 하나하나 제자리를 찾아가 어느 순간 큰 그림으로 완성되는 걸 내려다보는 느낌이랄까. 조각조각인 우리들이 다 모이면 이런 그림이 되는구나, 하는 걸 나는 난생처음 깨달았다."

전교어린이회에 나가고 싶었지만 집에서 반대할까봐 미리 포기했던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가슴을 시원하게 비워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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