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하는 작가가 또 한명 늘었다. 오래전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읽고 깊은 인상을 받고 그의 다른 작품을 또 하나 읽어봐야지 하다가 <인생의 베일>을 선택해 읽었는데, 역시 술술 쉽고 재밌게 읽히면서도 삶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알고보니 이 책이 나오미 왓츠, 에드워드 노튼 주연의 '페인티드 베일' 영화의 원작이었다는. 아주 오래전 ebs에서 봤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1920년대 결혼 풍속과 남녀간의 진정한 사랑, 당시 사회적으로 독립이 어려웠던 여성의 자아찾기 등등 많은 주제를 담고있지만 역시, 이성을 압도하는 본능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 어리석음이 이 책의 핵심 주제겠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너무 빨리 읽어 아쉽다. 9권이 나왔다는 소식에 기뻐한 것도 잠시.. 다 읽고나니 벌써 아쉽다. 이제 마지막 한 권만 남았기에 ㅠ 9권 경찰 살해자의 내용도 슬슬 전 시리즈 마무리의 분위기가 난다. 시리즈 1권 로재나의 범인과 2권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의 범인이 주요 등장인물로 다시 컴백하고, 전 시리즈 내내 작가가 피력했던 당시 스웨덴 경찰(공권력)의 합법적 폭력을 고발하고 결국 마르틴 베크가 가장 신뢰하는 동료 경찰 콜베리가 사직서를 내는 것으로 상징적 마무리. 늘 이유없이 여자가 죽임을 당하는 설정이 거슬리지만, 그래도 범죄 소설의 고전답게 두 개의 사건이 어떻게 맞물려 동시에 해결되는지 재미있게 그려진다. 궁금했던 마르틴 베크의 개인사(레나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8권을 읽고 바로 든 생각은 '아하 박찬욱 감독이 이 책에서 헤어질 결심의 모티브를 떠올리셨구나' 이다. 여자에게 별 관심 없는 마르틴 베크도 자신과 소통이 되는 레나를 한 눈에 좋아하게 되고, 그녀에게 그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에 놀라울뿐. ㅎ 마르틴 베크의 심리적 변화가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임에 반해 잠긴 방에서 발견된 시체 이야기는 그동안 등장한 사건 중 가장 기대되는 컨셉이었지만 예상 외로 너무나 싱겁게 해결되어 좀 김빠진 느낌. 더불어 은행 강도 이야기는 약간 코미디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도 들었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해 산만해진 분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8권은 우리의 주인공 마르틴 베크의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되는 개인사가 중심이 되어 역시 재밌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나저나 9권은 이미 번역 끝났다고 하던데 출판사 빨리 출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