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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미식 - 우리가 먹는 것이 지구의 미래다
이의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8월
평점 :
기후 위기 시대다. 상상을 초월하는 폭염 때문에 여름 내내 고생했는데, 지구 반대쪽에서는 홍수가 난다. 이러다간 겨울에 얼마나 혹한의 추위를 맛보게 될지 모른다.
먹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을 안 해봤다. 내가 먹는 음식이 글로벌하게 영향을 미치는 줄 생각을 못 하고 산다. 채식도 다이어트 때문에야 생각을 해 봤지, 그게 지구의 탄소발자국을 줄이니까 실천해야 한다고는 생각을 못 해 봤다. 내게 있어 음식 섭취는 언제나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었다. 날씬해지고 싶은 욕구에 의해서만 조절해야 하는 부분인 줄 알았다. 흠, 그런데 이렇게 ‘음식 섭취’에 ‘지구 환경 보호’라는 윤리적 가치를 들이미니 상당히 신선하구만. 아니, 신선한 정도가 아니라, 이 책을 읽노라면 퍼뜩 긴장해야겠다는 경각심이 든다. 진짜, 이렇게 계속 살면 안 된다.ㅠㅠ
지은이 이의철 님은 의사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라는데 상당히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으시다. 책도 객관적인 기후위기를 입증하는 데이터가 풍부히 제시되어 있다. 생활습관의학 전문의이기도 한 저자는 채식을 권유하는 책도 많이 썼는데, 이 책에서는 채식을 기후보호와 연관지은 것이 흥미롭다.
기후변화로 아열대 작물인 감귤이 제주도도 아닌 세종시에서 재배되고 있다. 심지어 경남 진주에서는 바나나도 생산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반길 일이 아니다. 1년 농사를 성공시키는 게 얼마나 힘든데, 이런 상황에서는 당장 내년 농사에 대한 예측도 준비도 어렵다. 식량 안보가 국가안보에 얼마나 중요한데 말이야. 코로나19 등 국가적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국가들이 나서는 것은 식량 수급 안정이다. 그 와중에 저개발 국가는 여기에 대처할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지금 잘 살고 있는 나라들은 200년 전부터 온실가스를 진작 배출해대서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다는 것. 그들은 환경파괴로 일군 경제적 풍요를 누리면서, 저개발 국가에게 개발을 막는 것은 불공평하다.
문제는 동물 단백질 섭취다. 고기, 생산, 계란, 우유 같은 동물 단백질은 생산되는 과정에서 지구에 탄소발자국을 많이 남긴다. 물도 많이 소비된다. 결국 지구 생태계 구성원 전체가 섭취할 음식은 줄어든다. 일일 섭취하는 동물성 식품을 제한하면 훨씬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동물성 단백질의 유해성도 꼬집고 있다. 애초에 인간이라는 동물이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필요가 없다고 배웠다.
- 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축의 분뇨가 토양과 대기를 오염시킨다.
- 한국은 축산 밀도가 세계에서 제일 높다. 가축에 투여하는 항생제 또한 분뇨로 방출되어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 이러한 항생제 노출은 인간에게 성장조숙증을 불러운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1920년대에는 여성의 초경 나이가 만 16.9세였다고 한다. 그러나 2003년에 태어난 여자아이들은 초경 연령이 평균 만 12.6세라고 한다. (126쪽) 불과 한 세기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유전자가 바뀌었을 리는 없고. 식품 섭취의 영향이라고 생각하니 섬뜩하다. 초경 연령은 여자아이의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와도 관련되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유난히 성 조숙증이 많아진 것도 이런 이유였구나.
- 단백질 보충제, 근육 생성을 위한 무리한 고단백 섭취 등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여 당뇨병 등 내분비 질환도 부추긴다.
- 심지어 알츠하이머병도 인슐린 저항성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최근 알츠하이머병을 <뇌에 발생하는 당뇨병>으로 보는 주장도 등장했다고 한다. (141쪽)
우영우 드라마 덕에 관심이 더 생긴 고래!! 고래 같은 대형 해양생물도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양생물 섭취도 줄여야 한다고 한다. 특히 해양생물은 죽어서 사체가 바다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탄소가 대기로 배출되지 않고 바닷속에 자원 형태로 묻혀있을 수 있도록 한단다. 기후위기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기후 미식>이라는 귀여운 제목과 디자인에 반해 선택했지만, 이렇게 정신 번쩍 들게 하는 경각심을 맛볼 줄은 몰랐다. 나도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줄여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고기, 생선, 계란, 우유를 멀리하기.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줄이는 것이, 전기차를 타는 것보다 탄소 줄이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