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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공주와 마법 거울
나타샤 패런트 지음, 리디아 코리 그림, 김지은 옮김 / 사계절 / 2022년 1월
평점 :
오랜만에 정말 멋진 동화를 읽었습니다! 제목처럼 여덟 명의 공주가 등장하는 동화입니다. 처음에는 뭐 요즘 유행하는 페미니즘 서사겠거니… 어린이 시각으로 썼을 테니 조금은 유치하겠지? 하면서 반신반의 읽었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빠져들었습니다. 나중에는 한글자 한글자 아껴 읽게 되더라구요.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는 약간 콧등이 시큰거렸습니다.
새로 태어난 아기 공주의 세례식 전날, 대모를 맡은 마녀는 도대체 어떤 축복을 내려야 할까 고민합니다. ‘훌륭한 공주가 되어라’라고 해야 할 텐데, 도대체 훌륭한 공주가 무엇인지 너무나 애매모호하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마법 거울을 사용해 여덟 명의 공주를 관찰합니다. 그런데 이 여덟 명의 공주들은 우리 주변의 여자아이들이 다양하듯이, 정말정말 다양해요!! 사막, 바닷가, 열대우림에 살기도 하고, 심지어 시대를 건너뛰어서 아파트에 사는 공주도 있습니다. 성격도 가지각색, 야망 넘치는 캐릭터도 있고, 소극적이고 자신감 없는 공주도 있습니다. 가난하고 돈이 없는 공주도 있고요. 이런 다양한 공주들이 개성있는 서사를 하나씩 풀어내요. 액자식 구성으로 여덟 개의 토막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서사가 굉장히 섬세하고 나름대로 치밀합니다. 전체를 관통하는 떡밥이 있으면서도 회수하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는.ㅋㅋ
읽으면서 조금 안타까웠어요. 제가 4학년 때쯤 백지처럼 새하얀 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다면, 정말 스펀지처럼 모든 활자를 빨아들였을 것 같았거든요! 인생 책이 되어서 한 20번쯤 읽고 내용을 외웠을 것 같아요. 그만큼 단어 하나하나 공들여 선택하고, 배치나 구성 하나하나가 섬세했어요. 이야기 자체도 정말 멋지고요!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