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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
정원 지음 / 창비 / 2023년 12월
평점 :
제목을 보는 순간 뜨끔 한다. 늘 똑똑한 척, 강한 척, 빈틈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많이 허술하고 모자라는 내게 하는 말 같다. 표지의 첫 인상도 비슷하다. '초딩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가 이 책을 보고 던진 첫 마디가 "초딩이 그린 거예요?" 였다. 뭔가 허술하고 덜 그린 듯한 그림체가 묘하게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각 장의 제목은 '~는/은 소중해'이다. 소제목만으로도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분명해 보인다. 4학년이 된 정훈이가 만난 첫 짝꿍, 짝꿍의 가족, 급식, 친구들과 함께 먹는 떡볶이, 길에서 만난 고양이, 가족을 잃은 친구, 어린이를 지켜주고 싶은 이웃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일상 속 이야기들이 너무나 따뜻하게 전개되면서 소소한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준다.
이 책 속의 아이들은 나에겐 너무나 중요하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쉽게 인정한다. 성별이나 외모, 국적, 가정 환경에 따른 편견이 없다. 맛이 없더라도 준비해준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며 맛있게 먹을 줄 알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알며 사과를 받아주고 용서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고 어렵고 힘든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한다. 사소하다고 무시하지 않으며 내 주변의 일상에 감사할 줄 아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위로 받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똑똑한데 가끔 뭘 모르는 아이를 보며 그 똑똑함을 인정하고 가끔 뭘 모르는 허술함을 웃으며 받아줄 수 있는 따뜻한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그때로 돌아가 이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다"는 소개말처럼 나도 새학기에 이런 아이들과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