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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전날 밤
로저 뒤바젱 그림,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 글, 정화진 옮김 / 창비 / 2024년 11월
평점 :
품절
'반 세기가 넘게 전 세계에서 사랑받아 온 그림책의 거장'
세로로 기다란 판형과 오랜 세월을 강조한 소개 문구... 기대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조합이다.
책 소개를 읽어보니 글은 무려 19세기 초반에 쓰여진 시이고, 그림책의 처음 출간된 건 1954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촌스럽거나 유치해 보이지 않는다. 이 시에서 묘사된 산타클로스의 모습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빨간 옷에 흰 수염을 가진 뚱뚱한 할아버지의 시작이라는 점을 알고 나니 더욱 놀라웠다.
출간된 지 70년 만에 한국에서 출간되었다는데 70년 전 만들어진 책이라고는 믿어지지가 않는다. 쨍한 느낌의 강렬한 색은 촌스럽기는 커녕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우리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다. 나란히 걸려 있는 양말에서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건 아이들만이 아니다. 잠결에 들려온 소리에 일어나 멀리서 다가오는 산타클로스의 모습을 지켜보며 선물을 전하고 떠나는 순간까지의 모습을 빠짐없이 관찰한다. 작은 몸짓과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묘사한다. 그림이 없더라도 설명만으로 산타클로스의 모습을 머릿 속에서 그대로 그릴 수 있을 만큼...
오랜 세월 사랑받아왔던 이유가 무엇인지 여실히 알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 선물을 전달하는 산타클로스의 마음, 그걸 지켜 보는 아빠의 마음, 크리스마스를 가득 채운 푸르른 하늘과 하얀 눈과 색색의 집과 까만 굴뚝과 설렘 가득한 양말들까지... 크리스마스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어느 한 장면도 그냥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크리스마스를 위한, 크리스마스에 의한, 크리스마스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