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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 우리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104
퍼트리샤 헤가티 지음, 브리타 테켄트럽 그림, 김하늬 옮김 / 봄봄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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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받아보는 순간부터 커다랗게 뚫린 구멍이 책 속으로 나를 잡아 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아기곰의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면서 아름답게 펼쳐진 숲과 강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어가면 구석구석 숨어있는 많은 동물들을 만나게 되고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그들의 집을 찾게 된다. 겹쳐진 나무와 뚫려있는 구멍 뒤로 또다른 동물이 숨어 있고 그들을 찾는 재미와 그 집 문을 여는 설렘이 묘한 흥분을 가져온다. 책장을 넘기면 계절의 미묘한 변화를 느낄 수 있고 절묘하게 변화하는 숲의 모습과 새롭게 등장하는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내 곁으로 다가온다. 무서울 것만 같던 동물도 자신들의 편안한 집을 찾는 일상의 모습으로 스쳐 지나간다. 싹이 트는 봄을 거쳐 화사한 여름을 지나 고즈넉한 가을을 넘어 차가운 겨울로 접어들며 동물들은 저마다 집을 찾아 들어간다. 끝은 겨울이지만 차갑고 쓸쓸한 것이 아닌 따뜻하고 포근한 집에서 편안한 잠을 청한다.

 이 책을 처음 펼쳐보며 들었던 생각은 참 따뜻하고 포근하다는 것이었다. 책 속의 그림들은 스텐실처럼 판화처럼 스탬프처럼 '찍혀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지나치게 선명하지도 흐릿하지도 않은 색깔은 오히려 보기에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군데 군데 뚫린 구멍 사이로 보이는 다음 장의 모습, 앞장의 그림들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재미를 준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보는 재미가 더해질 것 같다.

 '우리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여러 동물들의 집을 보여주며 억지스럽게 집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편안하고 안전한 곳'이라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품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훼손되는 자연으로 인해 집을 잃어가는 동물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서 환경 오염이나 생태계 관련 내용을 다룰 때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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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해운대
오선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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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30년이 넘도록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며 살다가 갑작스레 지방으로 내려와 살고 있는 중이다. 모든(?) 것이 다 가능한 그 곳이 너무 당연한 줄 알았는데 지방에 내려와보니 너무나 달랐다. 뭔가 부족한 그 여백이 나는 좋았고 그 여백을 사람들과 나 자신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인부산' 이라는 한 마디가 마음에 들어왔고 그렇게 읽게 된 '호텔 해운대'는 내가 얼마나 편협하게 또 철저하게 내 입장만 생각하며 살았는지 되돌아보게 했다. 

 어릴 때부터 이 곳에 살았던 아이들의 '서울'에 대한 선망은 '롯데월드'의 방문 경험이 자신감과 우월감으로 바뀌기에 충분하다. 우리 고장에 호텔에 가면서 관광객처럼 보이고 싶었던 그 마음이, 국밥집 식사로 채운 호캉스로 만족해야했던 그 씁쓸함이, 나와 같은 아파트의 청약을 하려는 어린 시절 그 아이의 현재를 마주한 미묘한 떨림과, '키다리 아저씨'를 택해야했던 내가 마주한 '데미안'같은 아이... 짧은 이야기들인데도 읽으면서 매번 감정이입이 된다.

 이야기를 읽을 때 나는 제3자이다. 감정이입하기 보다는 그냥 지켜본다. 그런데 이 책은 자꾸 읽으면서 내가 주인공이 된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어떤 말을 건네야할지 내가 고민하고 있다. 내가 한 번도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문제들과 상황 속에서 나는 지켜보지 못하고 자꾸 그 사람이 되어 있었고 같이 고민하며 다음 선택지를 찾게 되었다. 지금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이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갈텐데 그동안 나는 얼마나 부족했나 그런 반성이 들기 보다는 그냥 내가 그 사람이 되어 버린 기분이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짧은 이야기로 한 순간 빠져들게 하는 작가님의 마법같은 힘이 느껴진다. 

 책의 첫 소개도, 작가의 말도 자꾸 지역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사실 지역보다는 주변에서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함께 고민했던 주인공들의 다음 이야기가 많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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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반양장) 창비청소년문학 106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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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서평 이벤트에 응모했다.

'당신의 영혼을 찾으러 왔습니다.' '나에게서 나로 돌아갈 시간'

이 책을 소개하는 단 두 문장..

수많은 서평 이벤트가 있었지만 귀찮다, 끌리지 않는다.. 등등의 이유로 항상 신청하지 않았는데 무슨 이유인지 성인을 위한 소설도 아닌 청소년 문학이라는데 자꾸 관심이 갔다.

 

나에게로 돌아가는 시간.... 

영혼과 분리된 두 주인공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일주일의 시간을 두 영혼의 시선으로 함께 따라다녔다. 영혼이 없이도 일상 생활을 무리없이 해나가는 두 주인공 수리와 류를 보며 자꾸만 나 자신의 모습이 겹쳐졌다. 나 역시 영혼 없이 늘 하던대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가까운 이들에게 외면당하는 것이 두려워 나를 위한 선택은 제대로 해보지 못한 또다른 수리 혹은 또다른 류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수리와 류의 시선이 아닌 나 자신의 육체와 분리된 나의 영혼의 시선으로 자신을 찾아가는 그들의 여정처럼 영혼 없는 나의 행동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결론은 명확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 어쩌면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사히 자신에게 돌아간 수리와 류의 이후 모습이 궁금해진다. 또 한 편으로 중년의 주인공들이 영혼을 잃는다면 어떤 여정을 겪을지, 어떤 선택을 할지, 과연 자신을 찾을 수 있을지도 궁금해졌다.

 

한참 사춘기를 겪고 있고, 앞으로 겪게 될 나의 아이들, 사춘기의 문턱으로 들어서고 있는 나의 제자들이 좀 더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아이들로 자라는데 이 책이 길잡이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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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홋카이도 : 삿포로, 오타루, 하코다테, 비에이 - 2018~2019, 휴대용 맵북 포함 내일은 여행 시리즈
온 더 로드 지음 / 착한책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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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딱 일주일 남았습니다. 그 설렘을 극대화시키는 책인 것 같네요. 한 컷 한 컷 정성스레 담아낸 듯한 정성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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