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해운대
오선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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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30년이 넘도록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며 살다가 갑작스레 지방으로 내려와 살고 있는 중이다. 모든(?) 것이 다 가능한 그 곳이 너무 당연한 줄 알았는데 지방에 내려와보니 너무나 달랐다. 뭔가 부족한 그 여백이 나는 좋았고 그 여백을 사람들과 나 자신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인부산' 이라는 한 마디가 마음에 들어왔고 그렇게 읽게 된 '호텔 해운대'는 내가 얼마나 편협하게 또 철저하게 내 입장만 생각하며 살았는지 되돌아보게 했다. 

 어릴 때부터 이 곳에 살았던 아이들의 '서울'에 대한 선망은 '롯데월드'의 방문 경험이 자신감과 우월감으로 바뀌기에 충분하다. 우리 고장에 호텔에 가면서 관광객처럼 보이고 싶었던 그 마음이, 국밥집 식사로 채운 호캉스로 만족해야했던 그 씁쓸함이, 나와 같은 아파트의 청약을 하려는 어린 시절 그 아이의 현재를 마주한 미묘한 떨림과, '키다리 아저씨'를 택해야했던 내가 마주한 '데미안'같은 아이... 짧은 이야기들인데도 읽으면서 매번 감정이입이 된다.

 이야기를 읽을 때 나는 제3자이다. 감정이입하기 보다는 그냥 지켜본다. 그런데 이 책은 자꾸 읽으면서 내가 주인공이 된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어떤 말을 건네야할지 내가 고민하고 있다. 내가 한 번도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문제들과 상황 속에서 나는 지켜보지 못하고 자꾸 그 사람이 되어 있었고 같이 고민하며 다음 선택지를 찾게 되었다. 지금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이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갈텐데 그동안 나는 얼마나 부족했나 그런 반성이 들기 보다는 그냥 내가 그 사람이 되어 버린 기분이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짧은 이야기로 한 순간 빠져들게 하는 작가님의 마법같은 힘이 느껴진다. 

 책의 첫 소개도, 작가의 말도 자꾸 지역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사실 지역보다는 주변에서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함께 고민했던 주인공들의 다음 이야기가 많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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