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그랬어
야엘 프랑켈 지음, 문주선 옮김 / 모래알(키다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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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늘 막 도착한 책의 포장을 풀고 바로 읽어보았다. 처음 소개글을 보았던 그 순간부터 자꾸만 내 이야기 같아서, 나에게 하고 있는 이야기인 것 같아서 많이 기다렸었다. 수많은 육아서에 쓰여진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일까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림책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는 어떻게 다가올까 기대가 되기도 했다. 단숨에 읽히던 여느 그림책과는 달리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데 자꾸만 시간이 지체되었다. 엄마가 제시하는 준비물에 그저 "네"라고 대답하고 있을 뿐인데... 나는 자꾸 아이의 표정을, 몸짓을, 준비물의 다른 쓰임새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다짐을 한다.

내가 이 책을 열렬히 보고 싶었던 건, 첫 장에 있던 여는 말...

"끝없이 목록을 만들어내는 모든 엄마들에게"

바로 이 말 때문이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끝없이 목록을 만들어내는 그 엄마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끊임없이 오버랩되었다. 계속 목록에 무언가 추가하고 그럴 때마다 우리 아이들은 (책의 주인공과는 조금 다르게) 살짝 구시렁대긴 하지만 큰 실랑이 없이 "네" 한다. 단순히 긍정의 대답일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우리 아이들도 별 고민없이 "네" 하고는 자기만의 세상을 더 멋지게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엄마로서, 선생님으로서 많이 부끄러워졌다. 내가 만드는 목록은 늘 옳고, 너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당장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쓰임새가 생길 것이며, 그 모든 것이 다 너를 위한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던 나의 오만함과 착각이 많이 쓰려온다. 단순한 선들로 쓱쓱 그려진 그림은 너무나 담백해서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날 것 그대로인듯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열심히 자기 반성을 하고 여러 다짐을 하고 있지만 분명 얼마 후엔 또 다른 목록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대신 그땐 "네"라는 대답에 집착하고 안도하는 어리석음은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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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놈 우주나무 동화 6
하모 지음, 신슬기 그림 / 우주나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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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부터 의문 투성이다. 제목은 '무서운 놈'인데 표지에서 무서워 보이는 건 단 하나도 없다.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만 넘쳐난다. 도대체 뭐가 무섭다는 걸까? '무서운 놈'의 정체는 과연 뭘까?

 이 책은 '무서운 놈'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어두운 밤, 여러 감각이 차단된 순간 단편적인 정보로 스스로 두려움에 갇혀버린 동물들이 등장한다. 결국 무서운 놈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닫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된 동물들의 이야기로 끝날줄 알았는데... 새로운 궁금증을 던져주고는 그대로 끝이 난다. 흔히 말하는 열린 결말... 하지만 아이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기엔 더 없이 훌륭한 질문거리가 될 것 같다.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뱀과 개구리이다.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인 그들이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는 쉽지 않은 과정을 지켜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아이들도,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도 뱀과 개구리의 엄마와 같은 편견 속에 빠져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그저 다를 뿐이라는 단순하고도 깊은 이해가 절실하게 다가왔다. 

 세 번째 이야기는 고양이가 우연히 줍게 된 넥타이에서 비롯된다. 고양이에게는 쓸모없고 어쩌면 약점이 될 수도 있는 넥타이... 하지만 그것을 갖고자하는 고양이의 욕망... 읽는 순간 뭔가 묵직한 것으로 얻어맞은 것처럼 쿵 내려앉았다. 나에게 필요없는 그것을 갖기 위해 정작 중요한 곳에 쏟아야할 열정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안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짧고 단순한 이야기가 결코 가볍지 않게 긴 여운을 남기는 책이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함께 나누어보기에 너무나 적절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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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적긁적 담푸스 그림책 27
손영목 지음 / 담푸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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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만 봐도 가려움이 밀려온다. 이렇게나 실감나는 표정이라니.... 제목 마저 간지럽다... 자음과 모움 하나하나가 모두 살아서 꿈틀꿈틀 나를 간지럽히는 것만 같다. 

 평화롭게 자던 주인공에게 불현듯 찾아와 온갖 방법으로 세포 하나하나를 자극하는 간지럼... 갖가지 모양의 손가락들이 어떻게 간지럽힐까 궁리하는 장면이 펼쳐지면 그 손가락들이 모두 나에게로 향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그리고 드디어 발견한 간지럼 타파 아이템!!! 아이템 장착은 했지만 극복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온 힘을 다해, 모든 의지를 불태워 긁어보지만 고통까지 더해줄 뿐이다.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궁리하고 또 궁리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

 

 나를 괴롭히는 간지럽은 내 주변에 산재해 있을 것이다. 나의 단점이나 약점, 컴플렉스, 두려움 등등 수많은 간지럼들이 호시탐탐 나를 괴롭히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다. 방심하는 순간, 아니 때로는 예상치 못한 순간 나를 찾아와 옭아맬 수도 있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무작정 긁다가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나를 괴롭힐 수도 있다. 그 순간 나를 구해줄 수 있는 방법은 맥이 빠질만큼 명쾌하고 유쾌하다. 다음 간지럼을 기분 좋게 기다릴 만큼 시원하게 긁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 자신을 괴롭히는 간지럼을 두려워하고 피하려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한 번 읽어주고 싶은 유쾌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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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 그림책 수업 - 쉽게 따라하는 열두 달 학급운영 길라잡이
생각네트워크 지음 / 비비투(VIVI2)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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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단에 선지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3월에 새롭게 만나는 아이들은 늘 두렵다. 설렘과 기대는 잠시... 앞으로 어떻게 1년을 지내야할지 3월 한 달 어떻게 가까워지고 어떻게 조직해나가야할지... 매년 하는 일인데도 항상 막막하다. 경력이 무색할 만큼 새로 만난 아이들과 씨름하고 지내던 그때 만난 책이 바로 '달달 그림책 수업'이다. 

 그림책을 알고 써먹게 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그림책 초보인 나는 의욕만 앞섰지 막상 어떻게 수업에 적용할지, 학급 운영과 어떻게 접목시켜야할지 생각만 많고 고민만 쌓아둔 그런 상태였다. 그때 그때 교과 수업에 필요한 책은 어찌어찌 찾아 수업에 활용은 하는데 정작 큰 그림은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마음 한 켠을 너무나 불편하게 했다. 사실 그림책을 활용한 수업 자료는 정말 많다. 비슷한 책들도 제법 많이 있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실제 수업에 적용한 사례가 자세히 나와 있고 시기에 맞는 주제와 관련된 그림책을 연계하여 당장이라도 적용할 수 있는 자세한 수업 안내가 나와 있다는 점이다. 맨 뒷 부분에 수록된 각종 활동지들도 감동스러웠다. 또 많이 알려진 그림책이 아닌 활동과 연계하기 좋은 다양한 그림책을 소개해 주고 있는 점도 인상깊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5월의 경우 카네이션을 만들고 카드를 쓰기 바쁜 때에 '엄마자판기'를 만들어보며 가족의 사랑을 실감해보는 활동도 색다르면서 부담없이 진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가족에 대한 내용을 학습하는 중이어서 당장 수업에 적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마구 생겨난다.  여름방을 맞이하는 7월에는 여름의 다양한 이미지를 맛으로 표현하면서 미술과 연계하여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은 활동인 것 같다. 8월은 한 박자 쉬어가는 달로 학급에서 운영하는 피서체험도 기억에 오래 남을 행사가 될 것 같았다. 

 저학년과 고학년을 구분하지 않고 제시된 활동들이어서 약간의 아쉬움은 남았지만 그건 교사라면 충분히 재구성할 수 있는 전문성이 채워주리라 생각한다. 가려운 곳을 딱 긁어준 것 같은, 곁에 두고 계속 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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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옥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10
이명환 지음 / 한솔수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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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머니의 삶, 삶에 대한 이야기...

간단한 소개글 속 몇 개의 낱말들에 나는 이 책을 읽어야만 했다. 우연히 온라인에서 책을 접할 수 있었고 서평단까지 연이 닿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연으로 길지 않은 이 책 한 권을 읽는데 너무 오랜 시간을 쏟아야 했다.

이름부터 나의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경옥'... 한 자 한 자 되뇌는 순간 눈물부터 차오른다. 서울로 올라와 멋지게 살아보고픈 부푼 꿈을 안고 열심히 생활하던 중 좋은 짝을 만나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성실히 살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고향으로 다시 서울로 옮겨 다니며 힘겹게 삶을 이어갔다. 그런 중에 몸에 생겨난 나쁜 것. 색시꽃에 물을 주고 있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경옥. 서울에서 만난 경옥을 닮은 그녀를 보며 경옥을 떠올리는 둘째 아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내내 경옥의 얼굴에서 나의 엄마가 겹쳐 보였다. 넉넉치 않은 집 장녀로 상경하여 동생들 뒷바라지 하며 짬짬이 읽는 소설책이 유일한 낙이었던 청춘을 보내고 성실한 아버지와 결혼하여 힘든 시기를 열심히 이겨내고 여유와 행복을 즐길 일만 남은 듯 느껴졌을 때 찾아온 병마로 인해 20년 넘게 힘겨운 투병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나의 엄마... 그런 중에도 경옥처럼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인자한 미소를 보내주는 나의 엄마.. 이 책은 그대로 나의 엄마이다.

표지부터 책 속 장면 장면마다 유난히 가득한 벚꽃이 내 마음에 깊이 들어와 박힌다. 화사한 봄날같은 경옥의 미소, 따뜻한 봄을 안겨주는 엄마의 포근함인 것처럼 느껴진다. 마지막 장을 가득 채운 경옥의 지난 사진들은 우리 엄마의 어릴 적 앨범에서 막 꺼낸 것 같았다. 묘하게 닮은 듯한 눈매와, 웃음, 옷차림, 머리 모양까지... 그 시절 우리 어머니들은 다들 그런 모습이었던 건지, 유독 경옥에 감정이입한 나의 마음 때문인 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아마 그 시절의 어머니를 가진 이들이라면 모두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이렇게 사고 회로가 멈추고 '엄마'라는 두 글자에 모든 신경이 집중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엄마의 목소리가, 엄마의 품이 유난히 더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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