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들어 보세요 기린과 달팽이
카트린 게겐 지음, 레자 달반드 그림, 윤경희 옮김 / 창비교육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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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할 때는 귀를 기울여 주세요. 내 이야기를 들으며 다른 일을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첫 페이지에서 내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두 아이가 십대의 중간을 지나는 동안 늘 마음 한 구석을 무겁게 했던 나의 과제였을까... 눈을 보고 말하는 것, 눈을 보고 듣는 것, 상대에게 집중하는 것, 경청하는 것... 아이들에게는 늘 중요하다고 외쳤던 그런 가르침을 과연 나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실천하고 있었을까.... 내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에게는 타협없는 이해를 강요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나... 컴퓨터 화면만 쳐다보며 대충 대답하던, 핸드폰 메세지창을 바라보며 뭐라고 했는지 되물었던 부끄러운 모습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물구나무 서서 아빠를 바라보는 아이를 뒤로 하고 전화통화에 열중한 아빠의 모습이 자꾸 마음을 때렸다.

 한참 힘겹던 아이들의 육아기가 어느 정도 지나고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 지금 이 책을 보니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공감된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당연히 그래야지 싶다. 그런데 그 때는 보이지 않았고 들리지 않았다. 왜 우리 아이만... 왜 나만... 다른 애들은 안 그런데.... 이런 마음들이 스스로를 너무 힘들게 했다. 그럼 마음은 내 아이들을 아프게 했다.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항상 깨달음은 한 발짝 늦다...

 이 책의 내용은 너무 간단하다. 여느 육아서에, 육아 프로그램에 단골로 나오는 말들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고, 스스로도 많이 느끼고 생각해 본 내용이다. 이 책의 차별점은 '그림'이다. 같은 말이지만 마음으로 한 뼘 더 파고드는 그림의 힘... 내 아이가 진심으로 내게 속삭이고 간청하는 듯한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그림의 힘...

 한참 육아로 힘들어하는 부모들이 잠시 짬을 내서 가볍게 읽으면서 마음 깊숙하게 안고 갈 수 있는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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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교과서 : 초등 국어 2학년 문해력 교과서 국어
이도영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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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은 출간 당시 자문단으로 책의 일부를 먼저 만나보았던 터라 기대감이 굉장했다. 표지부터 교과서 같은(?) 느낌이다. 선명한 색과 분명한 메세지를 담고 있는 학습을 위한 교재라는 느낌을 강렬하게 풍기고 있다. 대신 책의 크기가 일반 소설책 정도의 사이즈여서 참고서라는 압박감은 덜어낸 것 같다.

 책을 펼쳐보면 우선 적당한 분량의 지문을 쭉 배치해 놓은 것이 큰 장점이다. 문해력 교과서를 선택한 이유는 사실 문해력이 다소 부족한 아이들의 보충 지도를 위해서였다. 이런 아이들은 우선 지문의 양이 많아지면 읽으려는 의욕 자체가 사라지고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양한 소재와 적당한 분량의 글을 제시하는 것부터 큰 숙제가 된다. 이런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 준 것 같다. 문제를 위한 지문이라기 보다는 '읽기' 자체를 위한 지문으로 구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명하는 글, 주장하는 글과 같은 비문학 장르부터 동화나 시, 일기 등 문학 장르의 텍스트까지 다양하게 제시하며 아이들이 자기도 모르게 읽기 과정에 빠져들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해당 학년에서 해결해야할 성취 과제를 고려하여 제시된 문제들도 수준이 적절하다. 짧은 호흡으로 지문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이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 반복 제시되면서 아이들이 쉽게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교재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읽기 학습에 어려움을 보이는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2학년 교재를 활용하여 지도 중인데 책의 사이즈나 디자인, 구성 등에 대한 만족도도 높고 지문을 읽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어 군더더기가 없다.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어 흥미를 잃지 않으며 문제 해결 경험이 누적되어 성취감도 가질 수 있게 하는 장점을 보여주고 있어 아주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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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이름을 붙여 봐 파스텔 읽기책 1
이라일라 지음, 박현주 그림 / 파스텔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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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만난 건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감정에 대해 이야기나누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열 살, 감정이라 하면 고작 사랑해, 미워, 짜증나, 창피해 정도인 아이들과 감정에 대해 알아보는 데 너무나도 딱 맞는 책이었다. 단순히 감정에 이름을 붙였겠거니 생각하고 가볍게 집어 들었던 나에게 이 책은 신선한 충격과 반전(?)의 묘미를 선사해주었다. 45가지나 되는 감정의 이름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많은 숫자였다. 3학년 아이들이 하나 하나 읽어가며 마음에 담기에는 다소(?) 지루해질 만큼... 이렇게 많은 수의 감정이 헷갈리거나 억지스럽지 않게 마음에 와서 닿을 수 있었던 건 자연스러운 공감을 불러오는 찰떡같은 그림이다. 그림 속 아이의 표정이 말 한 마디 필요없을만큼 모든 감정을 그대로 다 보여주고 있으며, 예시상황도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사례들로 '맞아 맞아' 하는 리액션을 저절로 내뱉게 한다. 화가 나고 짜증스러운 감정도 무조건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마음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해주며,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따뜻하면서도 냉철한 메세지를 전해주고 있다.

책의 흐름은 가나다순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그 순서가 묘하게 마음을 건드린다. 감동으로 시작해서 희망으로 끝나는 감정의 이름이라니... 나를 힘들고 지치게 하는 감정들을 현명하게 잘 다스리고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감정들에 보다 집중하며 앞으로 다가 올 미래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것을 나도 모르게 기대하고 있었다.

책을 읽고 우리 아이들은 평소 내가 겪었던 경험을 통해 어떤 감정을 많이 느꼈었는지 적어보았다. 무심코 지나쳤던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면서 자신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돌아보고 보다 편안하고 긍정적인 감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어떻게 노력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 유익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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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 우리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104
퍼트리샤 헤가티 지음, 브리타 테켄트럽 그림, 김하늬 옮김 / 봄봄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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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받아보는 순간부터 커다랗게 뚫린 구멍이 책 속으로 나를 잡아 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아기곰의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면서 아름답게 펼쳐진 숲과 강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어가면 구석구석 숨어있는 많은 동물들을 만나게 되고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그들의 집을 찾게 된다. 겹쳐진 나무와 뚫려있는 구멍 뒤로 또다른 동물이 숨어 있고 그들을 찾는 재미와 그 집 문을 여는 설렘이 묘한 흥분을 가져온다. 책장을 넘기면 계절의 미묘한 변화를 느낄 수 있고 절묘하게 변화하는 숲의 모습과 새롭게 등장하는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내 곁으로 다가온다. 무서울 것만 같던 동물도 자신들의 편안한 집을 찾는 일상의 모습으로 스쳐 지나간다. 싹이 트는 봄을 거쳐 화사한 여름을 지나 고즈넉한 가을을 넘어 차가운 겨울로 접어들며 동물들은 저마다 집을 찾아 들어간다. 끝은 겨울이지만 차갑고 쓸쓸한 것이 아닌 따뜻하고 포근한 집에서 편안한 잠을 청한다.

 이 책을 처음 펼쳐보며 들었던 생각은 참 따뜻하고 포근하다는 것이었다. 책 속의 그림들은 스텐실처럼 판화처럼 스탬프처럼 '찍혀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지나치게 선명하지도 흐릿하지도 않은 색깔은 오히려 보기에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군데 군데 뚫린 구멍 사이로 보이는 다음 장의 모습, 앞장의 그림들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재미를 준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보는 재미가 더해질 것 같다.

 '우리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여러 동물들의 집을 보여주며 억지스럽게 집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편안하고 안전한 곳'이라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품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훼손되는 자연으로 인해 집을 잃어가는 동물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서 환경 오염이나 생태계 관련 내용을 다룰 때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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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해운대
오선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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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30년이 넘도록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며 살다가 갑작스레 지방으로 내려와 살고 있는 중이다. 모든(?) 것이 다 가능한 그 곳이 너무 당연한 줄 알았는데 지방에 내려와보니 너무나 달랐다. 뭔가 부족한 그 여백이 나는 좋았고 그 여백을 사람들과 나 자신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인부산' 이라는 한 마디가 마음에 들어왔고 그렇게 읽게 된 '호텔 해운대'는 내가 얼마나 편협하게 또 철저하게 내 입장만 생각하며 살았는지 되돌아보게 했다. 

 어릴 때부터 이 곳에 살았던 아이들의 '서울'에 대한 선망은 '롯데월드'의 방문 경험이 자신감과 우월감으로 바뀌기에 충분하다. 우리 고장에 호텔에 가면서 관광객처럼 보이고 싶었던 그 마음이, 국밥집 식사로 채운 호캉스로 만족해야했던 그 씁쓸함이, 나와 같은 아파트의 청약을 하려는 어린 시절 그 아이의 현재를 마주한 미묘한 떨림과, '키다리 아저씨'를 택해야했던 내가 마주한 '데미안'같은 아이... 짧은 이야기들인데도 읽으면서 매번 감정이입이 된다.

 이야기를 읽을 때 나는 제3자이다. 감정이입하기 보다는 그냥 지켜본다. 그런데 이 책은 자꾸 읽으면서 내가 주인공이 된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어떤 말을 건네야할지 내가 고민하고 있다. 내가 한 번도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문제들과 상황 속에서 나는 지켜보지 못하고 자꾸 그 사람이 되어 있었고 같이 고민하며 다음 선택지를 찾게 되었다. 지금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이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갈텐데 그동안 나는 얼마나 부족했나 그런 반성이 들기 보다는 그냥 내가 그 사람이 되어 버린 기분이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짧은 이야기로 한 순간 빠져들게 하는 작가님의 마법같은 힘이 느껴진다. 

 책의 첫 소개도, 작가의 말도 자꾸 지역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사실 지역보다는 주변에서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함께 고민했던 주인공들의 다음 이야기가 많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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