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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회사 ㅣ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5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풀어낸 엄청난 상상력과 기발함에 놀라면서도, 더욱 놀란 건 이런 이야기들로 한 두 권이 아니라 수십권짜리 시리즈를 냈다는 점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이야기거리를 가진 사람인 것일까. 게다가 보통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면 욕심이 나서 살을 더 붙이고 길게 늘이기 마련인데 그는 5페이지 남짓 되는 분량으로 깔끔하게 풀어낸다. 타고난 이야기꾼, 천재적인 작가라는 수식을 쓸 수밖에 없다.
짧은 이야기들은 가끔 세계관이나 캐릭터를 공유한다. 가령 어떤 외계인들은 지구인에게 사기를 치거나 물건을 팔아먹는다. 회사는 평범한 회사가 아니다. 로봇과 기계가 사회를 점령하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후기 글에서 '미국 SF의 불운은 그 전성기가 텔레비전 보급 이전이었던 점에 있다. 일본에서 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을 무렵에 이미 텔레비전이 보급되기 시작해서, 생활이 크게 변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물론 글의 분량이 짧아서 기계나 발명품, 미래 사회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한 건 아니고, 그저 이야기를 즐길 수 있을 만큼의 설명이 있다. 그리고 미래 사회에 벌어진 일에 대한 고민, 문제점 등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설정만 보면 디스토피아적일 수도 있겠으나, 상황을 풀어나가는 인간들의 해법이 경쾌하고 반전의 맛이 있다. 특히 마지막 두 세 문장에서 벌어지는 반전과 사건이 재미있다. <낡은집의 주인>, <도둑회사>가 특히 재미있었고 <지폐>는 마지막 장면을 상상하는 맛이 있었다. <선의의 집적>은 정말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재미있었다.
가볍게 읽을 만한 재미난 이야기를 찾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