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원 일한대역 문고 중에서 <열대수> 읽는 중.
16페이지, 병약하지만 이상하게 비틀린 여동생 이쿠코와 오빠인 이사무가 대화하는 장면이다. 서문에서 작품 내용을 소개한 부분을 읽어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대충 추측은 되지만, 다음과 같은 문장의 대구에서 뭔가 음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병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하는 여동생 이쿠코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자 오빠 이사무는 여동생을 달래며 이렇게 말한다.
君をつないでいる纜を、僕がいつか必づ切ってあげるよ
너를 묶어놓고 있는 밧줄을, 내가 언젠가는 꼭 끊어주겠어.
대여섯줄 내려가면 또 이렇게 말한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언제나 손을 잡고 걸었었지.
子供のころ、僕だちはいつも手をつないで歩いたね。
윗문장에서 쓰인 동사는 つなぐ(繫ぐ), 묶다, 구속하다, 매어두다 등의 뜻이 있다.
아래 문장에서 쓰인 동사는 한자가 따로 있는 건지 확인은 못했지만 활용예가 있다. < つないで 手>라는 제목의 일본 앨범도 있는 듯하고, ' つないで CD'라고 해서 CD와 DVD를 함께 파는 상품도 아마존에서 검색이 된다. 즉 '묶음 상품'이라는 말인 듯하다.
어찌됐든 이 단어는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생각하면,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은근한 대구를 이루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