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벚꽃, 다시 벚꽃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평점 :
과연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라고 하며 책을 덮고 감동에 젖었지만, 광고 문구대로 본격 미스테리라서 감동한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출판사가 홍보 방향을 잘못 잡은 듯싶다.
모방범이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가해자와 피해자와 그 주변인들이 나선형을 그리면서도 결말을 향해 숨쉴 틈없이 질주하는 소설이라면,
이 글은 마치 뜨개질을 하는 것처럼 촘촘하고 다채롭게, 그리고 그리 급박하지는 않게, 주인공과 주변 인물과 시대상을 그려나간다. 장황하거나 늘어지지도 않지만 속도감 있게 휘리릭 넘길 수 있는 책도 아니다. 그러한 속도감은 결코 단점이 아니고, 오히려 저 시대 사람들이 차가 아닌 도보로 다니고, 배를 타고 낚시를 하는 정경과 무척 잘 어울려서 전반적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다. 그러고보니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이나, 단서를 찾아다니는 방법, 미끼를 던지고 기다리는 방법 등도 역시 현대물과는 다를 수밖에 없어, 여기서 다른 시대의 미스테리를 읽는 색다른 맛이 있다.
마지막에 사건이 해결되는 부분은 짧은 분량에서 해결이 되고, 그 과정에 그럴 수 있을 법도 하지만 그렇다고 독자에게 힌트를 많이 주는 것 같지는 않다. 본격적인 미스테리를 원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글을 읽거나 쓰는 것을 특히 좋아하고, 글쓰기가 가진 힘, 글쓰기가 삶에 끼치는 힘을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