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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ㅣ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창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2년 12월
평점 :
📖 이 책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총 7편 전권을 책 한 권의 책으로 구성했어요.
제1편 스완네 집 쪽으로
제2편 꽃 피는 아가씨들 그늘에
제3편 게르망트 쪽
제4편 소돔과 고모라
제5편 갇힌 여인
제6편 사라진 알베르틴
제7편 되찾은 시간
스토리는 화자의 의식에 따라 시공간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책을 읽는 동안 왜 제목을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정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요.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무의식 속에 남았던 기억, 몸의 감각이 기억하는 것을 통해 과거의 시간들 속의 경험과 추억들을 찾아가는 스토리이기 때문에 그렇게 정하지 않았을까요?
처음 책을 읽으면서 당황했어요.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구체적으로 묘사를 할까, 나는 왜 이 텍스트를 읽고 있을까?
어려웠어요.
이렇게 디테일한 묘사, 비유는 처음이었어요.
상황 자체 보다 긴 문체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어요.
?짧은 호흡으로 책을 읽어왔기에 더 힘들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이상한 건 보면 볼수록 문체가 매력 있다는 거예요.
사물과 사람, 풍경을 이렇게 세밀하게 묘사할 수도 있구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독자 자신을 잃어버리게 할지도 몰라요.
그런데요.
매워서 눈물 흘리면서 또 먹고 싶은 음식이 있잖아요.
이 책이 그래요.
텍스트를 쫓아가는 과정은 버겁고 힘겹지만, 분명 색다른 경험과 즐거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해요.
책 마지막 부분 739페이지에 작품 해설이 있어요.
작품 해설만 해도 100 페이지나 되지만, 본문을 만나기 전에 작품 해설을 읽고 만난다면 좀 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돼요.
🔖 우중충한 오늘 하루와 음산한 내일의 예측에 풀죽은 나는, 마들렌의 한 조각이 부드럽게 되어 가고 있는 차를 한 숟가락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부스러기가 섞여 있는 한 모금의 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소스라쳤다,
나의 몸 안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깨닫고, 뭐라고 형용키 어려운 감미로운 쾌감이, 외따로, 어디에서인지 모르게 솟아나 나를 휩쓸었다.
그 쾌감은 사랑의 작용과 같은 투로, 귀중한 정수로 나를 채우고, 그 즉시 나로 하여금 삶의 무상을 아랑곳하지 않게 하고, 삶의 재앙을 무해한 것으로 여기게 하고, 삶의 짧음을 착각으로 느끼게 하였다.
아니, 차라리 그 정수는 내 몸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나 자신이었다. (51)
나의 전인간적인 전복.
초저녁부터, 피로 때문에 심장이 뚝딱거려 괴로운 것을 꾹 참으면서, 나는 구부려 천천히 신중히 신을 벗으려고 했다.
그러나 편상화의 첫 단추에 손을 대자마자, 뭔지 모를 신성한 것의 출현으로 가득 차 나의 가슴은 부풀어, 흐느낌에 몸 흔들리고, 눈물이 눈에서 주르르 흘러나왔다.
지금 막 나를 도우러 와서 영혼의 메마름을 구해 준 것은, 몇 해 전, 비슷한 슬픔과 외로움의 한순간에, 나를 하나도 갖지 않던 한순간에, 내 안에 들어와 나를 자신에게 돌려준 것과 같은 것, 나이자 나 이상의 것이었다.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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