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채록 : 기이한 이야기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8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무료한 일상 속, 괴담 이야기는 언제 접해도 오싹하고 신선한 긴장감을 불어넣어준다. 으스스하면서 있을 법한 소재는 일상과 맞닿아 있는 것 같으면서도 새로워 접할 때마다 상상력을 불어넣어주는 존재이다. 이 책 '채록: 기이한 이야기'도 그런 괴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밤의 이야기꾼들'의 모임에 초대받는다. 특정 시간과 장소를 정해 여럿이 모여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인데 이 이야기들이 오싹하고 괴이한 이야기들이다. 주인공은 이들의 이야기를 모아 소설로 집필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모임에 나가게 된다. 어두운 저택 속,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오르내리는 그들의 이야기는 과연 어떤 것일까?

수상한 모임에 참여하겠다 마음을 정하자 우표도 붙이지 않은 편지가 책상 위에 있음을 알아차린다. 스스로 들고 오지도, 누가 전해주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초대장은 전달되어졌다. 이 신비한 사건을 시작으로, 앞으로 있을 모임도 평범한 경험이 되지 않으리라는 암시를 준다.
그에 부응하듯 모임 장소인 장미 저택은 으슥하고 끝없는 어둠을 품고있다.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은 빛이 닿지 않아 얼굴조차 볼 수 없고 오직 목소리만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이 이야기들은 다채롭고 생생해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금세 빠져들고 이야기가 마무리되서도 섬뜩한 여운을 남긴다. 그들이 전해주는 여러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라고 했지만 그렇다하기엔 찝찝하고 기이한 의문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 중 하나인 '보내주는 사람'의 이야기를 맛보여주자면, 가족이라곤 아버지만 남은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아버지는 암 선고를 받고 호스피스에 누워있다. 이 안타깝고 슬픈 상황에서 여자는 오히려 아버지의 죽음을 하루빨리 바라고 있다. 지금 그녀에게는 도박과 사치로 인한 빚이 쌓여있으며, 빚쟁이들의 독촉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죽음 뒤 받을 유산은 이를 해결하고도 남을 돈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쉽게 돌아가시지 않고 초조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던 여자는 한 간호사의 도움으로 '보내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된다. '보내주는 사람'의 역할은 명칭그대로 죽음으로 보내주는 사람이다. 물론 이는 허가받지 않은 행위이지만, 그는 한번도 들킨 적 없다고 했다. 이를 믿고 여자는 아버지를 죽음으로 보내기 위한 의뢰를 하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 자신의 안위만 생각한 나머지 가족의 죽음을 바라는 파렴치한 상황이 놀랍고 이 이야기를 전해주는 여자도 죄책감이나 긴 고민을 하지 않는다. 차라리 아버지께 사실을 말하거나 돈을 구할 다른 방도를 생각할 것이지, 마치 다른 방법은 없다는 듯 아버지의 죽음만 바라는 모습이 기괴했다. 이런 모습과 절박한 환경이 이야기를 더 어둡고 기이하게 만드는 듯하다.
그가 겪은 기이한 일들은 모두 자신의 절박함과, 그러면서도 마지막 남은 양심이 만들어낸 환상이 아닐까. 마지막에 인과응보처럼 자신에게 돌아온 일은, 세상엔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고를 순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또 자신이 한 일에 맞는 응당한 최후를 맞이한 듯하다.
이 책 '채록: 기이한 이야기'에서는 이처럼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전해주어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등장인물도, 배경도, 상황도 각각 다른 이야기지만, 이 모든 이야기들이 장미 저택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공톰점에서 이들을 묶어준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미심쩍은 부분 하나씩 보이고 있다. 그리고 분명 '나'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