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나방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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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소영은 오랫동안 병실에 있었다. 등굣길에 교통사고가 크게 나 한동안 움직일 수도 없었다. 병원에 있던 1년간 제정신을 찾고 몸을 움직일 수 있을동안 곁을 지켜준 건 엄마였다. 소영은 간신히 눈을 떴지만, 후유증은 남는 법이다. 걷는 것, 펜을 쥐는 것 등 일상적인 행동은 여전히 힘이 들고 이전 기억조차 아무것도 떠올려지지 않았다. 소영이 자신조차 스스로를 잊었으니 소영이에 대한 것도 엄마가 더 잘 알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엄마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마치 과거를 저당잡힌 기분이다. 앞으로 얼마동안 엄마에게 의지해야 할까?



모처럼 한국 배경에 한국인 등장인물이 나와 반갑다. 요새 나오는 소설, 특히 이런 장르 문학은 일본이나 미국 소설이 많았는데 오랜만에 익숙한 이름과 배경에 금세 빠져들게 된다. 마치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처럼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져 몰입감이 높았다. 작품에 나오는 소영과 엄마의 모습은 실제 나와 내 엄마의 모습이 되기도 한다. 덕분에 이 책 '누에나방'을 읽으면서 소영과 함께 내 가족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 '누에나방' 속 엄마의 태도는 자연스러워 보였다. 큰 사고를 당한 딸이 걱정되어 일거수일투족 따라다니려는 모습이나 보험을 더 들려는 모습, 학교에 보내기 꺼려하는 모습 등 극성이다 싶지만 딸을 두 번 다시 잃고싶지 않았을 것이다. 1년간 움직일 수도 없는 다친 딸을 보며 신경쓰고 간호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곁에서 모든 과정을 봐야했을 엄마의 마음은 몇 번이고 무너지고 일어섰을 것이다. 다소 가볍고 생각없이 뱉는 말들이 신경쓰이지만, 크게 문제가 될 정돈 아니다. 이제 딸과 함께 있으니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불쑥 튀어나온 말일지도 모른다. 소영이 퇴원하고 일상에 적응해질 때면 곧 평화로워지고 모든 것이 익숙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영은 오랜 병원 생활과 기억 상실로 엄마의 말과 행동을 명확히 판단할 수 없어 그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흘려보낸다. 소영은 오직 엄마를 통해 세상을 봤기 때문에 엄마에게 아무런 의심없이 전적으로 의지한다. 여기서 부모의 책임과 역할이 얼마나 큰지 어렴풋이 느끼게 됐다. 아이는 가정을 벗어날 때까지 엄마의 말과 행동을 모방하며 엄마가 알려주는 도덕과 교육을 배우며 자라난다. 실제로도 엄마는 아이의 세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깨닫고 나니 소영이의 기억상실과 행동이 답답하기는 커녕 안타까움이 커졌다. 아이가 자라나는 데에 배경이 되는 환경이 애초부터 잘못되어 있었다면, 아이는 어떻게 제대로 자랄 수 있겠는가.

퇴원 날, 엄마의 거짓말을 깨달은 소영은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다. 이제 겨우 고등학생이 된 소영은 여전히 엄마의 보호 아래 있고 소영 역시 아직 엄마가 필요하다. 고요히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엄마의 이질감이 툭툭 튀어나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과연 소영은 이런 답답한 상황 속에서 과거 자신을 떠올리고 엄마에 대해 제대로 알아낼 수 있을까? 가족의 보호가 어디까지 미쳐야할까 생각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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