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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이야기들
발터 벤야민 지음, 파울 클레 그림, 김정아 옮김 / 엘리 / 2025년 4월
평점 :
일시품절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발터 벤야민은 20세기 독일의 철학자이자 비평가로, 예술, 역사, 문학을 본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보고 현대 미학까지 큰 영향력을 준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글을 썼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발터 벤야민은 소설, 꿈, 설화 등 많은 문학작품을 남겼다. 이를 한 데 엮어 만든 책이 '고독의 이야기들'이다. 미국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는 그의 작품을 두고 '벤야민 읽기를 놀라운 방식으로 재조정할 굉장한 선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발터 벤야민이 쓴 '고독의 이야기'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고독의 이야기들'은 많은 단편들로 구성되어있다. 한 쪽 내지 두어장의 짧은 글들로 이루어진 글들은 발터 벤야민의 머릿속을 그대로 내놓은 듯, 자유롭고 몽환적이다. 글의 장르나 주제도 다양해서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 그 덕에 마치 내가 발터 벤야민 안에 들어온 것처럼 그의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또 그만큼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시적 표현도 보이지만 오히려 그런 표현도 참신했다. '웰티의 달밤'만 봐도 한 페이지의 짧은 글이지만 그의 생각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창 밖에 달빛이 비친 땅을 보고 파도치는 바다를 떠올린다. 그리고 기사를, 오뒷세우스를 떠올리다 지구와 달의 관계까지 생각이 이어지게 된다. 배경 설명도 없고 의식의 흐름에 따른 글이지만 그가 보고 있는 장면이 무엇인지 떠올릴 수 있다. 그의 상상력이 어디로 뻗어나가는지 보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그가 그리는 문장은 내 눈 앞에 펼쳐지 듯 자연스럽게 장면이 떠오른다. 매일 마주하는 책상, 밤하늘의 달, 꿈 등 일상적인 것을 주제로 삼는다. 매일같이 펼쳐지는 것을 이렇게 깊게, 또 색다르게 바라보다니 그의 세상은 분명 다채로웠을 것 같다.
'고독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나도 덩달아 생각이 넓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매번 겪고 보는 일상 속에 특별함을 찾아내고 깊이 고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고독의 이야기들'을 읽을 때면 내 주변도 더 특별해지는 착각이 들었다.
왜 이 단편집들에 '고독의 이야기들'이란 제목을 지었는지 생각해봤다. 이 단편은 발터 벤야민이 혼자 떠올리며 쓴 이야기들이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은 오직 자신만의 생각으로 채웠기에 이런 제목이 붙은 것이 아닐까? 또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자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공감받기를 기다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고독의 이야기들'을 통해 발터 벤야민의 저자로서 새로운 면모와 톡톡 튀는 글을 알게 되어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