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고이즈미 야쿠모 작품집
고이즈미 야쿠모 지음, 김민화 옮김 / 보더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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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예로부터 일본은 음기가 가득한 나라라 요괴나 귀신같은 섬뜩한 이야기가 많다고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몇몇 괴담도 있다. 설녀나 로쿠로쿠비처럼 많은 매체에서 소재로 차용되어 익숙할 정도이다. 이 책 '괴담' 역시 그런 일본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놓았다.

다만 저자인 '고이즈미 야쿠모'는 일본 사람이 아니다. 그리스에서 태어나 우연히 일본 문물에 대해 접하고 매력을 느껴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다. 일본에서 교편을 잡고 가정을 꾸리며 일본 전역에 퍼져있는 기담, 전승문학 등을 수집해 '괴담'이란 책이 나오게 된 것이다. 외국인의 눈으로 본 일본의 괴담은 얼마나 새롭게 보일까? 또, 외국인의 눈이니만큼 더 세세하고 이해하기 쉽게 괴담을 썼을 것 같다. 그의 눈으로 본 괴담을 살펴보자.



괴담은 총 13편이 실려있다. 설녀, 너구리, 귀 없는 호이치 이야기, 로쿠로쿠비 등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도 있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도 많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처럼 우리에게 잔잔히 설명해준다.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귀 없는 호이치 이야기'이다. 맹인인 호이치는 비파 장인이었는데 귀신에게 홀려 밤마다 귀신에게 비파를 연주한다. 이를 안 스님은 귀신에게 홀린 호이치를 구하고자 호이치의 온 몸에 경전을 적고 말도 하지말고 움직이지 말도록 당부한다. 그 날 밤, 호이치를 데리러 온 귀신이 호이치의 존재를 알지 못하지만, 끝내 경전이 쓰이지 않은 호이치의 귀를 보고 그 귀를 잘라갔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듣고 우리나라에서 일전 개봉한 '파묘'가 생각났다. 그 영화에서도 몸에 경전을 써놓고 귀신이 해하지 못하게 했다. 불교의 역사가 깊어선지 부처님 말씀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또 호이치가 그렇게 위험한 상황이라면 그냥 경전만 써줄 것이 아니라 몸을 피하게 한다던지, 함께 귀신 퇴치를 한다던지 좀 더 적극적인 해결방법을 내줘야 할 것 같은데 홀로 싸우게 하다니. 호이치 입장에선 자기 일을 열심히 한 죄밖에 없는데 억울하고 무섭고 외로웠을 것 같다.

또한 귀신도 자신의 죽음과 전혀 관계없는 자에게, 심지어 자신을 위해 비파를 연주해준 자인데 갈기갈기 찢어 죽인다니. 구미호처럼 혼을 먹는 것도 아니고 잔인하게 죽인다니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일본과 한국의 괴담의 차이는 근본적으로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일본은 '원(怨)', 한국은 '한(恨)'의 정서라고 한다. 우리나라 귀신은 인간과 다름없고 나타나는 원인이 있으며, 정이 있다. 그에 반해 일본은 시각적 공포가 강하며 인과가 없고 마치 재난에 가까운 형태가 많다. 이러한 차이는 일본에선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지진이나 해일 등 재난이 많이 발생한 환경적 요인이 있다고 한다. 확실히 '귀 없는 요이치'가 우리나라 괴담이었다면, 귀신은 자신을 감명시킨 호이치에게 감사를 전하거나 복을 빌어줬을 것이다.

이 책 '괴담'에서 들려주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 우리나라와 일본의 괴담이 어떻게 다른지 자연스럽게 느끼고 비교해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처럼 각 나라의 구전이나 동화를 접하는 게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야기라 재미있으면서도 각 차이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심적으로 먼 나라니만큼, 우리나라와 다른 괴담의 모습이 신선하면서 흥미로웠다. 그들의 다른 이야기도 더 읽어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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