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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수의 - 1453년 비잔티움 제국 마지막 황제를 만난 소년의 이야기
질 패튼 월시 지음, 김연수 옮김 / 히스토리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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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의 황제 콘스탄티노스는 한 노인으로부터 작은 새들에게 둘러쌓인 채 하늘을 날고 있는 독수리에 관한 기이한 꿈 이야기를 듣는다. 꿈 속에서 독수리와 새 떼들은 먹구름을 통과하다 점차 독수리 주변 새들은 멀어지게 되고, 결국 먹구름을 통과했을 땐 작은 새 한 마리만이 독수리 곁에 남아 빛을 향해 날아간다는 것이었다. 이 꿈은 황제의 곁에 한 사람이라도 존재하는 한, 황제 곁에 있는 모든 사람은 물론 도시도 소멸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이로 인해 배가 난파되어 떠돌던 소년 피어스 바버는 황제의 곁을 지켜줄 사람으로 지목되었고 피어스 바버는 황궁에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게 된다.

피어스 바버는 행운의 발견이라는 뜻인 '브레티키'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았다. 브레티키는 낯선 곳, 모르는 사람들과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그에겐 돌아갈 가족도 있고 자유를 꿈꿨지만, 황제는 그에게 제국의 용기와 희망이 되길 명했다. 난파된 배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이젠 황제 옆에 묶인 상태라니, 아직 어린 브레티키에겐 견디기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황제에게 호소하고 화를 내고 떼도 써봤지만 황제는 브레티키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한낱 꿈 때문에 어린 소년의 운명이 한순간에 바뀌다니! 더욱이 차갑고 날서있는 황제 곁엔 브레티키를 따뜻하게 품어줄 사람도 없었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저 꿈 때문에 자신의 삶이 묶인다면 얼마나 화가 나고 황당하겠는가.
더욱이 브레티키는 황제가 앉은 자리가 부유하고 명예로우며, 굳건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궁정은 낡았고 곰팡이가 피어있었으며 심지어 황제의 왕관조차 금박을 입힌 가죽같았다. 도시는 황폐화되어있고 사람들은 가난하고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다. 제국은 수도를 제외한 전 영토가 오스만 제국에게 둘러싸였고, 술탄은 침략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런 바람 앞의 촛불처럼 절망적인 상황에, 황제가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도 이해가 간다.
생각보다 제국의 상황은 암담했다. 단순히 황폐한 것뿐만 아니라 당장 전쟁이 코앞에 벌어진다.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황제는 그들과 도시를 지키려 고군분투한다. 그들이 헤쳐나가는 어려움과 고난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숨을 가쁘게 만들었다. 브레티키는 황제와 황제 곁을 지키는 사람들을 보며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 마침내 브레티키는 자신에게 후회없는 선택을 택했으리라 믿는다. 거대한 한 역사 속,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깊은 감명을 준다. 로마 제국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물론, 잘 모르더라도 그 역사를 생생하게 간접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