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동검밖에 팔지 않는 것입니까?
에프(F)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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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한 번쯤 게임을 접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주인공이 오직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는 대부분 게임의 튜토리얼을 차지하는 익숙한 내용이다. 처음 시작하는 마을에서 저렴한 동검을 사고 몬스터를 무찌르고 나아가며 점점 더 비싼 무기와 방어구, 스킬을 얻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마왕과 조우하고 물리침으로써 세상의 평화를 지켜낸다. 이는 당연한 것이며 여러 게임을 접해본 나도 이 구조에 의문을 제기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 '왜 동검밖에 팔지 않는 것입니까?'는 이 당연한 수순에 '왜'라고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마루는 상점에서 일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동생 바츠는 용사로서 여행을 떠났다. 마루는 이 때 한 가지 의문을 가진다. 다른 마을에서 팔고 있는 최대한 좋은 무기를 가져와 팔면 될텐데 왜 이 마을에선 가장 기본 무기인 '동검'밖에 팔지 않는걸까? 마루는 마을 밖으로 나서며 이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보통 모험을 이끌어가는 주역은 용사일테니 '바츠'가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여기선 '마루'가 주인공을 맡는다. 바츠는 마루에게 의문을 심어줄 존재에 불과하다. 주인공으로서 부족하다 느껴질 수 있겠지만, 견습 상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이 오히려 신선하고 재미있다. 마루가 아니었으면 내가 게임 속 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가질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마루 역시 세상 곳곳을 여행하며 새로운 것을 깨닫고 성장한다는 점에서 용사인 바츠와 다를 것이 없다.

거기다 용사보다 상인이 보여주는 세계가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용사는 그 누구보다 다르다는 특별한 인상을 갖고 있다. 용사는 마왕에게 다다르기까지 실패하거나 포기하는 일없이, 승승장구하며 나아간다. 하지만 마루는 일개 견습 상인으로 평범한 일반인이다. 자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평범한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마루가 훨씬 더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격한 모험과 싸움없이도 마루의 여행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바다 건너 싸고 흔한 꽃임에도 불구하고 비싸게 팔리는 튤립, 어린아이에게 욕을 하고 공을 던지는 데에 돈을 받는 일명 샌드백 가게 등 현대였다면 있을 수 없는 여러 마을과 가게들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했을 법한 소재를 담고 있어 마냥 허황된 소재는 아니다. 마루는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이를 이용해 수익을 얻는다. 그의 처세술과 판단력은 역시 상인이라고 치켜세울만하다.

과연 마루는 바츠에게 좋은 무기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또 이를 막는 상인 길드는 어떤 곳일까? 기존의 세계관과 인물을 비틀어 보여주는 '왜 동검밖에 팔지 않는 것입니까?'는 신선한 이야기에 스스로 고민해볼만한 주제를 던져준다. 판타지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빠져들어갈 수밖에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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