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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나의 죽음에 동의합니다 - 있는 힘껏 산다는 것, 최선을 다해 죽는다는 것
진 마모레오.조해나 슈넬러 지음, 김희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평점 :

'의료 조력 사망'이라는 말은 아직 우리에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캐나다에선 이미 '의료 조력 사망'이 합법화되어있다. 본인이 원하면 죽음에 대해 고려하고 선택할 수 있다. 이 책 '기꺼이 나의 죽음에 동의합니다'는 그런 죽음을 도와주고 가까이에서 봐온 의사가 전하는 이야기이다.

나는 '의료 조력 사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다. 합법에다 제3자의 도움이 있지만 이게 자살과 다를 바가 무엇이 있겠는가. 또 죽음이 사회적으로 가볍게 인식되거나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 환자의 의지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여기서 소개한 죽음은 결코 간편하고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다. 환자가 위중하고 치유 불가능한 의료상의 문제를 가지고 있어야하며 그 과정도 충분한 시간을 들인다.
이 책에서 소개해주는 여러 마지막 순간들 중, 조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다. 조는 소아당뇨를 가지고 있다. 조는 악화되는 병세에 점점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졌고,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조는 자신의 몸이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 약해지는 것을 버틸 의지가 없었다. 조가 좋아하던 팬케이크를 먹게 되었을 때 조는 '내가 기억하는 그 맛이 아니네.'라며 포크를 내려놓았다. 이 구절이 왜 그가 의료 조력 사망을 신청했는지 큰 설득이 되어 주었다. 내가 좋아하던 것이 더이상 좋지 않고 오히려 실망감만 줄 때. 그도 자라오면서 많은 추억과 기호가 있었을텐데 이 앞의 삶은 그의 추억을 망치고 좋아하던 것을 더 이상 원하지 않게 만들 것이다. 그렇게 그가 가진 소중한 것들이 망쳐지는 것을 조는 두고보기 힘들었던 것이다.
마지막의 순간, 조는 가족과 친구들의 웃음소리 속에서 편하게 떠났다. 이 때 조가 살짝 부럽기도 했다. 우리는 지금 죽음을 선택할 수 없다. 죽음의 순간, 나는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공기 속에서 조용히 마지막 숨을 내쉬지 않을까? 만약 내가 마지막 순간을 선택할 수 있다면, 적막이나 슬픔이 아닌, 행복과 즐거움 사이에서 떠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조는 죽음의 날짜를 받아놓고 그 때까지 죽음을 충분히 준비했을 것이다. 자신의 짐을 정리하고 주변인에게 알리고 충분한 작별인사를 나눴을 것이다. 고지가 정해졌으니 의료 조력 사망을 신청한 날부터 마지막 결승선까지 무척 알찬 하루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아직 죽음이 막연하게만 생각하는 나의 하루와 비교하면 그의 하루는 더 깊은 감정과 생각으로 차있었겠지.
죽음은 우리에게 부정적인 느낌을 주고 모든 것의 끝이라 여겨지지만, 이미 충만한 삶을 산 이들에겐 더 이상 끌 필요없는 안식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의 마음과 삶을 알 수 있어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