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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부부 범죄
황세연 지음, 용석재 북디자이너 / 북다 / 2024년 1월
평점 :

서로 사랑하여 가족으로 결실을 맺은 사람들을 '부부'라고 한다. 그 누구도 아닌 서로를 필요로 하여 가정을 이루고 남은 삶은 그대로 행복하게 살면 될 듯하지만,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함꼐 떨어진 시간만큼 서로 맞추며 살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사이 한 쪽이 지칠 수도, 또 서로의 마음이 변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상황은 극단적으로 내딛는다. 서로 마음의 골은 깊어지고 끝내는 서로 해할 결심까지 설 수 있다. 이 책 '완전 부부 범죄'는 바로 그런 경우에 있을 법한 일들을 그려놓았다. 자극적이면서 어쩌면 있을 법하다는 점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완전 부부 범죄'는 총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톡톡 튀는 소재로 색다른 재미를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인생의 무게'라는 작품이 제일 인상깊었다. 지영은 우연히 남편이 쓴 소설을 보게 되고 그 내용이 남편이 아내를 죽이는 내용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소설의 내용이 놀랍도록 자신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고 남편이 자신을 정말로 죽일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도 잠시, 지영은 먼저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지영과 그 남편의 행동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천생연분이라고 입모아 말하는 것도 지영을 따라가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남편이 아내의 죽음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까지, 살인을 결심했지만 망설이는 모습, 그럼에도 끝까지 결행하는 모습까지 똑 닮았다.
그 모습에 되려 안타까움을 느꼈다. 서로 입장 차이에 따라 불만이 쌓였는데 이는 충분한 대화로 풀 수 있는 부분이다.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또 같은 아픔을 겪어봤기에 서로에게 든든한 이해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천생연분이라고 들은만큼 서로를 지탱해줄 수 있는 지지대가 되어줄 수 있었을텐데 이렇게까지 멀어지다니 가슴이 아팠다. 결국 둘 다 승리하지 못한 채 안 좋은 결말로 마무리 지어져버렸지만 이들이 한 번이라도 서로를 제대로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면 결말은 달라졌을 지 모른다. 제목이 '완전 부부 범죄'니만큼 이런 가정은 소용없지만 특히 이 적품을 읽었을 때 더 안타까움이 짙게 남았다.
이 책 '완전 부부 범죄'에 담긴 작품들은 한 작품, 한 작품이 색다르다. 어떻게 같은 소재로 이렇게 다양한 작품들을 보일 수 있는지 신기하다. 가장 가까운 사이였지만 가장 먼 사이가 되었다는 아이러니한 점도 재미있는 점이다. 이들이 부부가 되기 전, 그리고 범죄 이후 어떻게 되었을 지 상상하는 것도 즐거웠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