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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 그 모든 우연이 모여 오늘이 탄생했다.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2월
평점 :

인간이 아무리 애를 써도 어쩌지 못하는 현상을 운명이라고 한다. 아무도 바꾸지 못하는 것,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을 운명이라고 명명하며 사람들은 때론 아쉬움을, 때론 안도를 담으며 부른다. 하지만 정말이 '운명'이라는 것은 불변하며 인간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것일까?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에서는 하나 재미있는 명언을 소개한다. '우연은 신이 자기 이름으로 서명하기 싫을 때 사용하는 신의 가명이다.' 아나톨 프랑스라는 작가의 말이다. 사람들이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것조차 사실 운명의 일부인 것이다. 우연의 종류는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로 항상 일어나는 일상일 뿐인데 거기에 사람이 의미를 붙이는 우연. 두번째로 아무도 의도하지 않은 일이 맞물려 의미 있는 일로 다가올 때를 우연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수많은 우연, 혹은 운명이 발생한 사례나 연구들을 제시한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진다는 부분이 재미있다. 시험을 앞둔 사람들은 찹쌀떡이나 엿을 선물받고 어떤 상황이라도 '떨어진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조심한다. 흔히 '시크릿 효과'라고 자신이 생각하는대로, 말하는대로 이루어진다는 믿음이다.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에는 시크릿 대신 '우주의 소원 배달 서비스'라는 책을 소개해준다. 이 책에선 복잡한 시내에 나갈 때면 출발하기 전 우주에게 주차공간을 주문한다고 한다. 그러면 물질의 진동이 주차할 공간을 마련해줄 거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원하는 것은 뭐든지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나도 그런 우주의 힘에 대한 이야기나 시크릿같은 도서를 좋아하는데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사람들의 증언도 많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람도 많으니 정말 그런가 호기심이 일곤했다. 더욱이 생각과 행동을 좀 더 조심스럽게 해야겠다 마음먹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에서는 이는 모두 '선택적 인지'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친구를 떠올렸는데 때마침 그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온다면 통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평소에도 꽤 많은 생각을 하고 있고 또 금세 일상에 빠진다. 그러다 친구의 전화가 걸려오면 '마침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네'라며 신기해하는 것이다. 생각에 빠지면 그에 관련된 현상만 도드라지게 보이는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특별한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상황에 맞는 것만 보려는 경향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생각보다 우리 주위의 우주는 단순하다고 느껴진다. 이와 반대로 오히려 사람이란 존재는 복잡하고 어려운 존재이구나 깨닫게 된다. 우연이나 운명은 관찰하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시크릿 효과를 봤다는 사람은 우주가 바뀐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바뀌었기에 세상이 달라진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닐까? 이 책에서 소개해주는 신비로울 정도로 신기한 이야기들은 흥미로우면서도 시크릿 효과만큼이나 내게 새로운 척도를 세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