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옥사전 Part 1 ㅣ 지옥사전 1
자크 콜랭 드 플랑시 지음, 장비안 옮김 / 닷텍스트 / 2023년 2월
평점 :

사후세계는 인간이 가지 못하는 완전한 상상의 산물이다. 사람들은 살아 생전 행동을 평가받고 이후에도 새로운 삶이 이어지길 바란다. 우리가 선한 인생을 살았다면 천국에, 악한 인생을 살았다면 지옥에 간다고 믿는다. 이 책에선 미신에서 벗어난 삶을 사는 인간만의 교회의 충직한 자식이라고 하지만, 오늘날 신앙에 의지하기보단 순전히 이 미신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역시 그런 편이다. 과연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지옥사전'에 담겨있을까?

이번에 나온 지옥사전은은 Part1으로, A~E까지 단어를 모아놓았다. '사전'이라는 제목에 맞게 다양한 단어를 짤은 글과 삽화로 소개해주고 있다. 악마의 종류부터 주문, 종교 등 온갖 흥미롭고 주술적인 단어들이 많다. 프랑스어 기준으로 적혀있어 익숙한 단어더라도 좀 더 신비로운 느낌을 받는다.
책 속 단어 중, '영혼'이라는 항목이 재미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혼은 인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신체가 사라져도 영혼은 불멸한다고 믿었다. 특히 인간에게만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음으로써 인간을 더 고귀하게 여기기도 한다. 영혼에 관련된 이야기도 있다. 유대인들은 모든 영혼은 동시에 만들어졌으며 각각 짝지어진 남자, 여자 영혼이 있다. 이 짝을 찾아 함께한다면 행복하고 원할하게 지낼 수 있고, 반대로 짝을 못 찾는다면 불행하게 된다고 한다. 또 영혼을 걸고 악마에게 계약할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한 남성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루기 위해 영혼을 걸고 악마와 거래했는데 그 대가로 그림자를 잃어버리게 된다고 한다. 각국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을 모습을 상상했다는 것이 신기하다. 영혼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없으니 전해져오는 이야기들이 사실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익숙한 단어도 많이 보인다. 그 중에서도 '수탉'은 지옥의 힘을 쫓는 능력이 있다고 전해진다. 흔히 수탉의 울음소리에 마녀들이나 악마들이 겁을 먹고 도망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수탉의 모습이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곤 했다.
'지옥 사전'은 판타지의 소재를 엿본 것처럼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다. 단순히 단어를 나열하여 설명한 것이 아닌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즐길 수 있다. 미신은 경계해야 한다고 하지만 미신을 통해 사람들의 바램과 상상을 공유할 수 있다. 이는 영화나 책 등 다양한 문화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종교가 역사와 함께하는 것처럼 미신 역시 이와 같지 않을까? 종교나 판타지를 좋아한다면 '지옥 사전'을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