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는 왜 세상을 구하지 못했을까?

마법소녀는 왜 세상을 구하지 못했을까? - 소녀가 소비하는 문화, 그 알려지지 않은 이면 이해하기
백설희.홍수민 지음 / 들녘 / 2022년 4월

여자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마법소녀 만화를 보며 자랐을 것이다. 나역시 어릴 때 마법소녀 만화를 보았다. 세일러문, 웨딩피치, 카드캡터 체리, 디즈니 공주 등 당시엔 마법소녀 장르가 인기를 끌었다. 화려한 변신은 눈을 사로잡고 친구들과 힘을 합쳐 적을 무찌르는 액션은 통쾌했다. 무엇보다 남자들이 주인공이 아닌, 여자들이 스토리를 이끄는 주역이 된다는 것은 여자아이들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아직까지 마법소녀물이 나오는 것을 보면 그 인기는 여전한 것 같다. 하지만 어렸을 땐 아무렇지 않던 마법소녀물이 성인이 되어 다시 본다면 이전과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영상일텐데 왜 지금은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그건 우리가 더 배우고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한낱 만화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린 시절엔 어떤 것을 보고 듣든지 여과없이 받아들여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 흔히 어른들이 말하듯 어린이에게도 여자, 남자 구분지어 여자는 얌전하고 차분해야하고, 남자는 활달하고 뛰어놀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장난감 회사도 여자아이들을 위한 피규어는 만들지 않는다. 암묵적으로 어릴 때부터 남녀 역할은 다르다고 주입받는데 이런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커서도 같은 생각을 가지기 마련이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먼 것 같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지고 있다. '사소한' 것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모여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금발에 잘록한 허리를 가진 바비 인형은 다양한 머리색, 인종, 몸을 가지게 되었고 오직 백마탄 왕자님을 기다리던 공주님은 더 주체적으로 앞날을 개척한다. 여태까지 전박에 얼마나 많은 차별이 기저에 깔려있었고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필요한지 이 책 '마법소녀는 왜 세상을 구하지 못했을까?'를 통해 하나하나 깨달아나갔다.

우리가 어렸을 적, 디즈니 공주들은 모두 왕자를 만나 행복해지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자신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공주의 모습은 멋지고 즐거워보였지만, 그들의 세계는 오직 연인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오늘날 디즈니 공주들은 권력을 갖고 있고 자신을 위해 싸우고 한층 성장해나간다. 마법소녀는 시대에 따라 좋은 방향으로 달라지고 있다. 정형화된 젊고 예쁜 공주의 모습 등 개선해야 할 부분은 많지만 마법소녀는 변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 주체적이고 멋진 모습을 보여줄 마법소녀들이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고 이를 보며 자랄 어린이들이 더 열린 눈으로 세상을 걸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