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아내
세라 게일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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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벌린은 저명한 과학자이다. 이번에 연구한 복제인간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아 과학상까지 받은 참이었다. 한없이 행복하고 자랑스러워야 할 그 날에 에벌린은 불편하고 초조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바로 자신의 남편 네이선이 자신이 만든 복제인간과 바람을 폈기 때문이다. 마르틴, 그 복제인간은 자신의 이름도 갖고 있다. 에벌린에서 밝고 좋은 부분만 골라 만든 것 같은 마르틴은 에벌린에게 연락을 하게 되고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네이선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범인은 마르틴이다. '일회용 아내'는 누가 네이선을 죽였는지, 왜, 어떻게 죽였는지 찾는 과정이 아니다. 처음부터 왜,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명확하며 그 이후 어떻게 진행될 지 흥미진진하게 따라가게 된다. 보통 이런 소설은 마르틴과 에벌린의 대립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그렇지않고 둘이 협력하여 문제 해결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어 무척 신선했다. 마르틴과 에벌린, 이 둘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걸까? 네이선의 죽음에 대해 말한다면 사람들이 어떤 선입견으로 자신들을 볼 지 에벌린은 똑똑히 인지하고 있다. 과연 네이선의 죽음을 끝까지 숨길 수 있을까?

또 에벌린과 네이선의 캐릭터가 굉장히 촘촘하고 그 관계가 긴밀하게 짜여져 있다. 네이선은 에벌린의 남편이지만, 아이를 가지고 싶어한다. 그에 반해 에벌린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 이에 네이선은 두 번 다시 입밖에 내지 않았지만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에벌린과 똑같이 생긴 복제인간 마르틴을 통해 아이를 가지게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아이때문에 죽음에 다다른다. 내가 생각하기에 네이선이 원한 건,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 자신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들어주는 아내의 모습을 원했던 것 같다. 마르틴은 단지 자신이 아이를 원하지 않으면 어떨 것 같냐고 물은 것 뿐이다. 임신에 자신의 의견도 함께 고려한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네이선은 불같이 화를 냈다. 네이선이 원하는 것이 오직 아이였으면, 이미 마르틴이 임신을 한 상태에서 화를 낼 필요가 없었다. 네이선은 마르틴이 어떤 의견도 없이 자신의 말대로 인형처럼 있어주길 원한 것이다.

'일회용 아내'는 에벌린이 얼마나 네이선에 의해 갉아먹혀 왔는지 잘 보여준다. 흔히 가스라이팅이라고 한다. 네이선이 얼마나 얍삽하고 치졸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 볼수록 화가 날 지경이다. 그리고 이는 소설 속 이야기에 국한된 것이 아닌, 실제로 이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남편에 귀속되어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이 책 속의 에벌린처럼, 직업과 명예를 갖고 있는 여자 역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가정주부는 더더욱 이런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 이들이 에벌린과 마르틴처럼 서로 닮은 자기 자신이 있었으면 더 의지하고 위로가 되었을텐데. 같은 사람이라고 남편을 두고 싸우기보다 서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며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이 책 '일회용 아내'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비단 가정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너무 치우친 관계를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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