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의 인사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8
김서령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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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수정의 인사'는 책 제목 그대로 수정이 우리에게 건네는 인사다. 수정은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아왔다. 부모님이 재혼한 가정이긴 하지만, 그것에 상관없이 따뜻하고 부족함없이 잘 자라왔다. 수정이 취직이 되어 굳이 가족이 있는 부산이 아니라 타지인 연정시를 선택하게 한 것은 결코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불화 때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주인공이 자신의 가정사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이 책 '수정의 인사'에서 주인공 수정이 말하는 건 마치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결코 자신의 환경 탓이나 가족 탓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수정이 잘못한 일은 추호도 없을 뿐더러 남의 입에 함부로 오르내리며 그 주변 사람들까지 피해입어야 할 이유도 없다. 이 책은 자신의 감정만 앞세워 남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또 그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았을 모든 이들에게 유대와 위로가 되어주는 책이다.



수정은 타지에서도 누구보다 밝고 싹싹하게 지내며 주변도 살피는 정 많은 사람이었다. 그랬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친절을 오해한 그가 질투심에 수정의 머리를 쳐버리고 만다. 요새 이런 사건이 많은 것 같다. 순전히 자신의 말을 안 들었다고, 헤어지자고 한다고, 부러워서, 그저 눈에 거슬린다고 등 별의별 말도 안되는 이유이다. 이것이 사람을 해치는 원인이 된다고 보는가? 왜 그랬냐는 말에 답을 하기도 부끄러운 이유들 아닌가? 요즘 범죄를 저지르는 남자들은 대체 어떤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길래 사회생활을 모르고 예의와 호감을 구분 못하는 걸까? 이쯤되면 신기할 따름이다. 언제까지 그들의 기분에 따라 여자들은 희생되어야 하는가?

또한 사건 후 주변인들조차 가해자를 옹호하는 모습을 보인다. 수정이 웃어줬기에, 가해자가 잘해줘서, 그 부모가 안타까워서, 이웃이라서.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슬픔은 뒷전이고 흥밋거리로 떠들기 바쁘고 객관적인 판단인 것마냥 온갖 유언비어를 쏟아낸다. 이러한 말과 행동은 수정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차 수정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다. 가해자에게 어처구니없는 형량을 선고한 것이다. 이러한 판결은 수정을 지키려던 다른 사람들까지 등돌리게 만들었다. 수정은 이제 없지만, 가해자는 곧 다시 우리 주변에 나타난다. 그가 또다시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어디 있겠는가? 수정의 이야기에선 가해자와 피해자 둘만의 이야기가 아닌, 사건 이후 남은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주어 더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남겨진 그의 친구들, 가족, 그리고 언론에 떠드는 모든 이야기까지 너무 현실적이게 다가와 읽는 나까지 몸서리쳐질 정도였다.

수정은 인사하지 못했다. 가족에게도, 우리에게도. 그럴 순간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없다. 수정은 작별인사를 나눌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라 가족들 품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닌 현실에 있는 이야기이다. 다신 수정과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격한 법 제정과 사람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담담하게 자신의 얘기를 하던 수정이 적어도 편히 쉴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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