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다 -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
카르멘 라포렛 지음, 김수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깜깜한 바깥과 대조되는 밝은 빛이 가득찬 방이 표지를 가득 채운다. 왜인지 이 그림이 그려진 표지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달빛 한 점 없는 어둠이 빛을 감싸고 있는 모양새라서 그런가, 방 안의 빛이 아무리 밝다해도 그 방 안에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다. 그리고 마치 한 번 들어와보라는 듯, 작게 열린 창이 더더욱 불안한 느낌을 들게 한다. 스페인 소설인 이 책 '아무것도 없다'에서는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

'아무것도 없다'는 스페인 내전 이후를 그리고 있다. 스페인 내전은 우리에게 조금 생소하다. 스페인내전은 1936년, 파시즘, 민주주의 등 당대 주류 이념들의 격전장이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의 프로토타입이라는 평가를 받는 전쟁이라고 한다. 내전으로 인해 스페인 전역이 큰 피해를 입었으며 국민들의 삶은 말할 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의 주인공 안드레아는 스페인 내전 이후, 바르셀로나에 있는 외가에 신세지게 되었다. 나름의 각오와 희망을 안고 먼 길을 떠난 끝엔 따뜻하고 아늑한 집이 아닌, 낡고 침울한 곳이 있을 뿐이었다. 전쟁으로 인해 가정은 피폐하고 날카로운 분위기가 일상이 되어버렸고 안드레아에게 이 모습은 무거운 부담이 된다.

작중에서 스페인 내전에 대한 끔찍한 참상이나 정치적 의견을 직접적으로 묘사해주진 않는다. 다만 그 후, 가족이 얼마나 망가져있는지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 줄 뿐이다. 안드레아가 머물게 된 이 외가의 풍경이 스페인 내전 이후 나라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느꼈다. 집 안은 어수선하고 어둡고 지저분하다. 낡은 물건을 한 쪽에 쌓아둔 채 방치되어 있다.

이미 지치고 결핍되어있는 외가는 할머니, 외삼촌 둘과 이모, 가정부까지 대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지만 이들은 서로 반목하는 게 일상일 뿐,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지 못한다. 그리고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도 찾지 못한 채 그런 상황에 잠식되어 있는다.

이런 상황에서 안드레아의 등장은 가족의 의미를 상기시켜 줄 좋은 계기가 되어주지 않았을까? 안드레아가 가족을 화목하게 돌려주고 또 상황도 더 나아지게 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족 모두 안드레아를 옆에 두려하고 때론 가두려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안드레아도 어린 여자아이일 뿐이었다. 안드레아가 가족 내 분위기를 환기시켜주기엔 역부족이었다.

대신 안드레아는 자신을 잃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나선다. 어지러운 가정에 잠식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곧추세우고 희망을 잃지 않는다. 이는 스페인 내전을 겪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희망과 응원의 메세지였는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없다'가 왜 스페인 버전 '호밀밭의 파수꾼'이라고 불리는 지 알 것 같다. 비참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위해 끝까지 힘내는 모습은 책을 보는 이로 하여금 따뜻한 마음을 는끼게 해준다. 안드레아가 마침내 원하는 모습을 찾길 바란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