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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와이프 - 어느 날 나는 사라졌다 한때 사랑했던 남자에게서
킴벌리 벨 지음, 최영열 옮김 / 위북 / 2021년 7월
평점 :

7년. 그가 끔찍했던 결혼생활을 견딘 시간이다. 남편의 발걸음 소리만 듣기만 해도 긴장하던 순간은 이제 없을 것이다. 남편은 폭력적이었으며 언제 그 성향이 나올지 몰라 전전긍긍해야 했다. 자유를 결심한 날, 긴 머리는 자르고 자신의 흔적을 모두 지워 사라지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누구도 모르게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거듭나기를 꿈꾸며 먼 길을 떠난다.
한편, 집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텅 빈 공기에 제프리는 당황한다. 집에서 자신을 맞아줘야 할 아내, 사빈이 사라진 것이다. 아내의 쌍둥이 언니인 잉그리드조차 연락이 안된다며 걱정하며 찾아왔다. 자신이 불안에 떠는 사이 어떠한 소식도 전해자지 않는다. 결국 다음날 아침, 아내의 실종을 경찰에 신고하게 되고 마커스 형사는 수사를 진행한다. 물론 유력한 용의자인 남편의 행적을 확인하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과연 제프리의 아내는 어디에 있을까? 무사히 있는 것일까?

남편과 불화로 탈출을 감행했던 이야기가 또 있다. 바로 '나를 찾아줘'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아내는 불륜을 저지를 남편을 벌하기 위해 자작극을 벌인다. '디어 와이프'도 아내는 사라지고, 남편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야기는 도망치는 여자, 아내가 실종된 남편, 실종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 세 사람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다양한 시점을 보여주며 등장인물을 하나씩 등장시켜 자연스럽게 배경을 넓혀나간다. 각자 상황과 입장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하나씩 미심쩍은 단서를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다. 각 시점에 따라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기분이 들기에 좀 더 긴박하게 소설을 즐길 수 있었다.
또한, 이런 전개방법은 각자 입장에 따라 진실이 다를 수 있기에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오해가 있는 건 아닌지 집중해서 보려고 했다. 심지어 재프리가 폭력적인 성향은 진실이 아니고 그저 아내의 거짓말이나 오해에 기인한 건 아니었을지도 생각했다. 하지만 제프리는 아내의 실종에 대해 형사에게 설명하는 내내 아내의 스케쥴이 어떤지, 직장동료는 누구인지 등 아내에 대해 그 어떤 것도 모르고 있었다.
거기다 실종된 아내에 대한 걱정보단 용의자로 의심받지 않을까 자신의 안위에만 오직 신경이 쏠려 있었다. 진정으로 아내를 걱정하거나 위한다는 느낌은 받기 힘들었다. 정말 부부 사이는 소원했던 것이 맞는 모양이다. 아내의 실종은 그가 초래한 것이나 다름없다.
간간이 나오는 가정폭력에 대한 묘사는 안쓰러울 정도이다. 안전하고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줘야 할 가정이 두렵고 꺼려지게 된다면 피해자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가장 가까운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철저하게 고립된 기분을 누가 알아줄까? 아내를 응원하며 책장을 넘기다보면 마침내 놀라운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베스는 무사히 원하는 것을 얻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