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느 날, 죽음이 만나자고 했다 - 죽기로 결심한 의사가 간절히 살리고 싶었던 순간들
정상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6월
평점 :

저자 정상훈은 의사이다. 의사이면서 국경없는의사회에 참여해 의료봉사를 다녔다. 그가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명이나 동정 때문이 아니다. 왜인지 그의 마음은 끊임없이 벼랑에 몰렸고 끝내 그에겐 다른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정을 이루고 있고 번듯한 직업, 그것도 의사라는 것은 그가 마음을 다잡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울증이란 정말 갑자기 아무런 이유없이 오기도 하는구나를 처음 느꼈다.

'어느날, 죽음이 만나자고 했다'는 저자인 정상훈이 우울증을 계기로 국경없는의사회에 참여하게 되며 겪은 일들을 기록해놓은 것이다. 마치 일기처럼 당시의 상황과 느꼈던 기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서두만 봐도 우울증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 수 있다. 한 때 그렇게 열정을 쏟아부었던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인간 관계는 엉망이 되며 왜 슬픈지도 모른 체, 눈물이 계속 흐른다. 부모로서 큰 기쁨이었을, 어린 자식의 존재도 그를 붙들어두지 못했다. 그는 살 이유를 찾기 위해, 또 죽음을 가까이 접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에 뛰어들었다.
마음이 이렇게 암울한 순간에도 몸을 움직여 최선을 다해 살려고 한 그가 대단하면서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동시에 아무리 의사라지만 날것의 죽음이 있는 곳에 가는 게 우려스럽기도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하면서 그가 사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의료봉사를 위해 도착한 곳은 그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한국에서처럼 의료시설과 기술이 완비된 것도 아니었고 인원과 시간은 부족하기만 했다. 또 그가 사람을 살리려 최선을 다한 결과가 나쁜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의사로서 베태랑이었지만 그 곳에서 그는 아직 새내기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이 상황에서 아픈 그의 마음이 더 상처를 받진 않을까 걱정의 연속이었다.
당연하겠지만, 국경없는의사회는 만능단체가 아니다. 나는 TV에서 얼핏 본 것만으로 막연히 대단하다고만 느꼈지 그 내부가 어떤지는 관심도 없었고 더 알려고 하지 않았다. 또 의료봉사를 위해 모인 의사들이 무슨 마음으로 그 곳에 오는지 전혀 짐작하지 못하였다. '어느날, 죽음이 만나자고 했다'를 통해 우울증이 무엇인지, 국경없는 의사회가 어떤 곳인지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책을 읽으면서 혹 같은 마음의 병을 앓게된다면 섣부른 응원보다는 이 책처럼 공감을 주는 것이 더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 주위에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이가 있다면, 이 책이 잔잔한 위로가 되길 바라며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