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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자들 ㅣ 걷는사람 소설집 4
임성용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월
평점 :

임성용 작가가 쓴 '기록자들'은 총 7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단편들은 한 사람의 시점으로 쭉 이어져 쓰여있다. 거기다 대화문은 문장부호 없이 독백과 쭉 이어지기에 담담해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죽음, 살인, 폭력, 차별 등 다소 날 선 소재들이 쓰였다. '기록자들' 특유의 서술방식 덕에 자극적이라기보다 잔잔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시점으로 서술되기에 오직 한 사람의 생각, 시각, 행동으로밖에 책 속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마치 책 속 서술자의 모습으로 빙의한 듯한 착각도 들곤한다. 한 사람의 세계라 할지라도 그 사람이 보고 느끼며 다루고있는 세계는 무척 다채롭다. 길을 지나며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은밀한 비밀과 저마다의 고민을 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새삼스레 신기하다. 또 각각 이야기들이 연관없어 보이지만, 때로 다른 단편의 이야기가 눈에 띄곤 한다. 그럴 때면 반갑기도 하고, 사람들의 삶이란 게 각자 달라 보여도 어찌보면 공통점도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수록된 단편소설들 중, '공원의 조 씨'라는 이야기가 있다. 무더운 여름날, 일찌감치 책장사를 접고 쉬고 있던 조 씨는 우연히 장 씨를 만나게 된다. 장 씨와 장기도 두고 때론 내기도 하며 친밀함을 쌓고 있었다. 어느덧, 변함없이 내기를 이어가다 장 씨가 조 씨를 대접하게 되었는데 장 씨는 자신이 조물주를 만났다고 터놓는다. 가만히 듣고 있던 조 씨는 그것이 자신의 동업자, 알파임을 깨닫게 되고 장 씨가 자신의 정체도 이미 알고 있구나 짐작하게 된다. 조 씨는 조물주로서 장 씨의 기억을 없애려 한다.
이 이야기는 현실적인 다른 이야기와 다르게 SF판타지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한 쪽을 읽게 되면 조물주나 다른 지구, 생명체라는 큰 소재는 모두 사라진다. 조물주라는 너무나 큰 존재에 비해 한낱 인간의 존재는 너무나 작고 초라하기에 더더욱 조 씨의 일생이 무겁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각 소설 속에선 가부장제, 폭력에 무너진 피해자, 좌절스러운 현실을 타파하려 노력하는 이 등 다양한 군상을 보이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각 인물이 어떤 입장에 서있는지 인지하며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나에겐 다소 어려운 이야기도 있어 뒤쪽 '해설' 부분을 참고 했다. 미처 놓친 부분도 잘 설명되어 있으니 7개의 단편을 모두 읽은 후, 해설을 보면 더 깊게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