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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날 ㅣ 정해연의 날 3부작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예원은 자신의 소중한 아이, 선우를 잃어버렸다. 3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반드시 찾을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려 매일같이 선우를 찾아다닌다. 언젠가 녹음해뒀던 선우의 노래를 들으며 행복했던 그때를 떠올리며 길을 나서곤 한다. 선우를 찾지 못하는 경찰이 원망스럽고 자신과 달리 선우를 찾는 일에 미친듯이 매달리지 않는 남편도 야속하다. 이 상황에서 믿을 건 오직 자신 뿐이라는 확신이 들었을테고, 그 어떤 작은 단서라도 놓치지 않으려 무던히 노력하고 애썼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예원은 선우와 똑같은 노래를 부르는 선우 또래의 아이, 로운을 만나게 된다. 로운은 그 노래뿐만 아니라 선우를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3년동안 한 번도 닿지 못했던 선우의 행방을 드디어 알 수 있는 것일까?

마치 행운처럼 예원에게 오게 된 로운은 예원에게 작은 안식을 주었다. 여전히 자신의 아들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실마리를 찾았다는 안도감과 희망을 주는 동시에 자신의 아들과 같은 또래의 아이 존재 자체가 예원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이는 예원과 선준에게 큰 다행이다. 아들을 잃은 건 예원의 남편 선준도 마찬가지이다. 그 고통을 진 채 예원을 마주하는 건 스스로에게 고문이었다. 예원과 선준이 지쳐 서로의 손을 놓고싶어질 때 로운이 와 준 것이다. 진실인지 어떤지 알 길 없는 어린 아이의 말이지만 그 둘에게 로운은 마지막 남은 동앗줄이다.
하지만 로운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자해를 하는 아이다. 더욱이 아무 망설임없이 예원을 쫄래쫄래 따라온 이유를 물으니 단지 '따뜻해서'라고 답했을 뿐이었다. 어쩌면 선우를 놓지 못하는 예원의 모습을 원해 선우를 알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선우'라는 이름도 예원과 선준의 대화에서 얼핏 들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믿을 건 이 아이의 기억과 말뿐이었다. 허황되더라도 예원과 선준은 그것에 매달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절박했다. 로운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아이의 실종을 다룬 장르소설은 항상 마음이 아프다.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나야 할 어린 아이들에게 아픈 기억을 심어주는 것이 첫째고, 또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구원의 날'을 보고 '체인질링'이라는 한 영화가 떠올랐다. 이 영화에서도 아들을 찾는 엄마의 이야기가 나온다. 시간이 흐른 후, 아이를 찾았다는 연락이 오지만, 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그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다. 모든 이가 아들이라 말하는데 나만이 부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사람의 기억은 충격에 취약하고 연약하며 쉽게 바뀐다. 하물며 아이의 기억은 얼마나 정확할까? 거의 미칠 정도로 예원이 선우를 찾는 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자면 안타까운 마음에 로운의 말이 부디 진실이길 기도하며 읽게 된다. 과연 로운과 만난 그 날이 예원과 선준에게 '구원의 날'이 될 수 있을까?